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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사주 쓸 수 있지 않냐”더니…주주 농락한 한화
주주모임이 주주제안, 자사주 소각 수차례 요청
입력 : 2023-04-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화는 자사주 교환 이전에 주주들의 소각 요청을 번번이 무시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공연히 자사주를 활용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기존 약속했던 주주가치 제고방안도 없던 일로 뒤집었습니다.
 
24일 관련 사안의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6월10일 하반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습니다. 한화 소액주주모임이 수차례 주주제안을 하고 본사와 김승연 회장 및 경영진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할 때마다 무마성 면담이 이뤄진 결과, 당시 이들 주주에게 약속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주모임은 기존에 접촉해왔던 IR담당 임원 등 경영진과의 만남이 단절됐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하반기를 넘겨 없던 일처럼 됐습니다. 되레 한화는 작년 11월말 고려아연과 자사주를 교환, 거듭 소각을 요청해왔던 주주들의 제안이 묵살됐습니다.
 
한화 소액주주모임이 지난해 경영진 자택 앞에서 주주가치제고 방안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모습. 사진=주주모임
 
고려아연과의 자사주 교환으로 우호주주를 형성하면서 기존 주주는 의결권 지분 희석, 배당이익 분산 등 불이익이 생깁니다. 자사주 매입 원천은 주주 공동자산인 배당가능이익인데 특정 주주에게 집중되는 소위 ‘자사주 매직’ 논란입니다. 그 배경으로 승계 목적의 로펌 설계 작업이 있었던 정황까지 확인돼 배당가능이익을 총수 일가가 독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자사주 교환 이전 주주모임과 한화 경영진 간 면담에선 IR담당 임원이 “회사가 사용할 수 있지 않냐”며 공공연히 활용할 의사도 내비쳤습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한번은 국내 주요 그룹들이 자사주를 보유한 현황을 보여주며 왜 우리만 소각해야 하냐고 해 황당했다”면서 “수년간 자사주를 모으더니 고려아연과 맞교환으로 주주가치를 희석했다. 사업 제휴 목적을 주장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주주가치 제고 의식이 없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활용 폐해를 막기 위해 무수한 규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단 1개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 현대차 등 기업들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소각한 사례도 많습니다. 반면 한화는 지난해 말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또 다른 비판을 샀습니다. 물적분할 폐해를 막기 위한 주식매수청구 제도가 도입되기 전 막차를 탔기 때문입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 이익 잉여가치로 매입하는 것이어서 과도한 매입은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경영권 안정 목적이자 승계도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자사주 매입 후 우호적 회사와 맞교환해서 서로 경영권 안정 수단으로 사용한다. 회사에 대해서는 피해를 입힌 배임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법원이 경영적 판단이 있었다고 하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에서 본다면 형사적 처벌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회사가 피해를 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주대표소송 사유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주가치가 제고되는데 총수일가 승계작업이 이뤄지는 와중에 자사주 스왑은 승계에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한화는 지독하게 저평가된 종목인데 거기다 그런 스왑까지 했다는 것은 주주를 상대로 무거운 죄를 짓는 것.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는 “고려아연은 매년 고액의 배당을 하는 우량한 회사”라며 “자사주 교환으로 확보한 고려아연의 배당금을 통해서 배당가능이익을 추가로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효과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자사주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는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회사가치 증대에도 기여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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