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명호 LX하우시스 사장이 부임 1분기만에 흑자전환 깜짝실적을 달성한 게 회자 되지만 전분기 부실을 털어낸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통상 새 경영자(CEO)가 부임하면 직전 분기 손실을 크게 계상해 실적이 급락하는데 LX하우시스 역시 작년 4분기 어닝쇼크를 봤습니다. 그렇게 부실을 털어내면 다음 분기 실적은 개선되는데 이른바 ‘빅배스’ 효과입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작년에 1091억원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계상했습니다. 전년 544억원이었던 같은 계정 수치보다 많습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만 674억원을 계상해 당기 수치가 직전 연간 수치를 초과할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LX하우시스는 4분기에만 776억원 순손실을 보는 등 증권가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한명호 사장은 작년 11월8일 정기인사를 통해 LX하우시스에 부임했습니다. 그리고 올 1분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비 흑자전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및 전년동기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컨센서스도 웃돌아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자산손상평가액을 높이면 다음 분기 감가상각비 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지난 4분기 감가상각비는 474억원이었는데 올 1분기는 44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감가상각비는 매출원가에 반영됩니다.
1분기 흑자전환에 주효했던 것이 원가율입니다. 작년 4분기 원가율은 84.8%였는데 올 1분기 79.4% 줄었습니다. 1분기 원가 개선된 부분을 보면, 전년동기대비 인건비가 90억원, 운반비가 100억원 정도 줄었습니다. 특히 원재료 및 상품매입비가 476억원 정도 감소해 가장 많이 절감됐습니다.
이에 따라 주 원재료 매입처인 LG화학에 부담이 전이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LX하우시스는 LG화학과 LX MMA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합니다. LG그룹과 친족분리 전에 이뤄진 내부거래를 보면 작년 1분기 LG화학에서 750억원어치를, LX MMA에선 86억원어치를 구매해 LG화학 비중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 가운데 LX하우시스는 올 1분기 3109억원 매입채무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2268억원보다 37%증가했습니다. 매입채무는 원재료를 외상으로 구입해 이자를 내지 않는 부채라 비용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대신 원재료 판매업체는 그만큼 부담이 커집니다. 원재료 구매가격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비 22.8% 감소했고 건자재 원재료와 직결된 화학 부문에서는 508억원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한명호 사장은 과거 LG화학을 거쳐 LG하우시스 대표이사에 올랐다가 한화L&C, 한라엔컴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10여년만에 LX하우시스에 복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복귀 직후 흑자를 냈지만 원가절감 효과가 커 본업 경쟁력 회복을 입증하기까지 소방수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LX하우시스는 "올 1분기 매입채무가 증가한 이유는 3월 원재료 매입 비용을 해당 원재료 업체들에 지급하는 시점이 4월초인데 그래서 1분기 보고서 상에는 3월말 시점으로 작성되기에 늘어난 것처럼 나타나는 착시효과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당사 1분기 매입채무 금액에는 LG화학만이 아니라 다른 원재료 업체들 매입채무도 다 포함돼 있다"면서 LG화학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명호 LX하우시스 사장. 사진=LX하우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