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윤석열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돼 노정대립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1일 오전 예정됐던 노사정 간담회도 무산됐습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 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노사정 대표자들과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한국노총의 불참이 결정적입니다. 한국노총은 경찰의 연이은 강경 진압을 문제삼으며 윤석열정부와 대화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김동명 위원장은 “연이어 자행된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 시간 이후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던 한국노총마저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노정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근로자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자총연맹 사무처장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다른 근로자위원들까지 거세게 반발해 이달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당정은 노동계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 카드까지 검토 중이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분신 사망 등으로 악화하던 노정 관계가 또다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경찰이 지난달 30일과 31일 광양제철소 인근 고공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잇달아 과잉 진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금속노련)
'경찰봉에 뒷수갑까지' 연이은 과잉 진압 논란
경찰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을 설치해 고공 농성을 벌이던 김 사무처장에 대해 강제 진압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김 사무처장에게 다가갔고 플라스틱 경찰봉을 사용해 김 사무처장을 제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이 경찰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어 체포 후 병원에서 치료받았습니다.
김 사무처장이 저항하며 휘두른 쇠 파이프 등에 맞아 경찰 3명도 어깨·손 등을 다쳤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부터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에 대한 포스코의 부당 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었습니다.
앞서 30일엔 경찰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지면에 엎드려 무릎으로 목을 눌린 채 제압당한 상태인 김 위원장에게 ‘뒷수갑’을 채워 과잉 진압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뒷수갑은 인권 침해 소지가 높아 도주나 폭행, 자해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고 양회동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추모 문화제에서 경찰들이 조합원을 연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노총 "한국노총 연대 전선, 퇴진 투쟁"
민주노총 역시 경찰의 연이은 강경 진압을 규탄하며 한국노총과의 연대 전선을 구축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경찰의 막가파식 불법은 그 뒷배가 든든하기에 자행할 수 있다. 그 뒷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윤석열 정권”이라며 “모든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권에 맞서 한국노총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정권 퇴진 투쟁을 구체화,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날을 세웠씁니다.
전날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명이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습니다.
집회 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분신 사망한 양 씨에 대한 추모 문화제를 준비하던 중 추모 분향소 설치를 두고 경찰과 조합원들 사이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경찰은 철거를 방해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 이후 집회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날 집회 역시 불법행위 해산을 이유로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3780대를 대기시켰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