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한달만에 2번째 검찰에 자진출두 했지만 또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조사는 커녕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송 전 대표는 청사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였습니다.
검찰 거부가 예상됨에도 송 전 대표가 굳이 자진출두를 시도한데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로 읽힙니다. 또 자진출석을 통해 당당하다는 명분을 드러내면서도 다음주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2차 자진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차 검찰 자진출석 불발…중앙지검 앞 1인시위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에 조사를 받겠다고 자진 출석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송 전 대표 및 송 전 대표의 변호인과 면담도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반부패수사2부 검사들과 접촉하려 했지만 불발되자 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피의자는 소환조사도 안 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정근 녹취록을 가지고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셔놓은 듯 요란하게 수사하고 국회의원 2명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이런 검찰이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커녕 서면 질문도 못 하고 있어 고양이 앞에 쥐 같은 모양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주가조작 녹취록 김건희도 소환조사하라', '무고한 사람들 그만 괴롭히고 검찰은 송영길을 소환하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2차 자진출석을 거부당한 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포석…당당하다는 유리한 명분쌓기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다른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 한 후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소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실제 조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검찰이 시간을 끌 수 있는 여건도 아닙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전략에 말려들어 검찰이 소환 후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결과적으로는 송 전대표의 완승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검찰로서는 '단단한 증거와 입증'을 하지 못하면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송 대표가 검찰에 계속 찾아오는 이유는 유리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여러번 자진 출석했다는 점 등을 인식시켜 향후 혹시 모를 구속영장 실질 심사 때 대비한 포석인겁니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돈봉투 의혹 이후 두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고,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한만큼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두 의원이 구속되면 강래구 전 감사 이후 검찰이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민주당을 향해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