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국이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를 도입할 예정이라 시행 시기를 늦춘 선진국에 비해 외자유치에 불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관련 부처에 제도 도입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대기업도 해외 합작투자 공장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제도 도입을 늦춰달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4일 김은하 암참 대외협력 이사는 “필라2를 미뤄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법제화 작업 중이라 제도 유예를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필라2는 G20, OECD 등이 합의해 한국도 도입에 나섰습니다.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5% 이상으로 정해 이익률 등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해외 사업장 소재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다국적 기업이 저세율국으로의 소득이전을 통해 조세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고 세계적인 조세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법인세는 작년 1% 내린 24%로 최저한세인 15%와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 시 법인세, 소득세 등을 감면받는 외자기업은 실효세율이 15% 밑으로 떨어져 영향권에 속합니다. 국내 대기업은 실효세율도 법정 최고세율과 근접한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다만 외국자본이 참여해 경제특구 등에 공장을 지은 경우 실효세율이 15% 미만일 수 있습니다. 김은하 이사는 “많은 선진국들이 2025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내년부터 시행돼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들었다. 규정상 웬만한 대기업은 다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타국보다 한국에서 필라2가 먼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세제 장점이 줄어들어 해외 기업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해외자본 이탈이 많은 업종에선 부담스런 요인입니다.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파주에 LG디스플레이가 있는데 LCD산업 불황으로 주변에서 기판을 만들던 일본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외자 이탈을 막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최근 베트남 공장이 필라2 영향을 받게 돼 늘어나는 납세분을 보전해줄 방편을 현지 정부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각국이 외자유치를 위해 법인세 외 보조금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필라2 선행 도입은 부담이 있습니다. 남명우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유치과장은 “필라2를 도입하면 세제 혜택을 통해 유치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각국이 세제 외 현금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결국 우리도 현금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국내 예산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