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차량을 훔쳐 시속 150km로 100km 이상을 질주한 피의자 4명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2명은 형사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리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기 때문입니다.
차량을 절도해 무면허 운전을 하는 것도 모자라, 차량 내부에서 훔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뒤 현금화 한 중학생들.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오토바이 난폭 운전을 하다가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결국 특수절도·공무집행방해·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악용한 것입니다. 특히 실형을 선고 받은 중학생들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인 줄 착각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살인·강간…70년만에 법 바뀔까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보면 어린이 유괴·토막 살인사건,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의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로 알려지며 미성년자들의 범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1살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 해당합니다. 만 14세부터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됩니다.
한동훈 장관은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범행 수법이 흉포화 됐다며 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촉법소년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70년 만에 바뀌게 됩니다.
70년의 세월이 흐르며 그동안 신체 성숙도는 물론 디지털 등 세상이 변화하면서 촉법소년들의 범죄 수법과 흉포함이 악화된 만큼, 법도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10명 중 7명이 '13세'입니다. 이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처벌 강화' 대 '교화'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연령하향이 범죄 예방 효과? 연구 충분치 않아"
그러나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이들의 범죄를 부추긴다면,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 하향 만이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거셉니다. 소년범은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낮기 때문에 교화 가능성이 있는 소년범들이 성인 이후의 삶에서 많은 기회를 잃을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처벌 강화의 기조가 재범률을 줄이고 교화 가능성을 높일지에 대해선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년범들이 수감 중 어떤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지, 이를 출소 후 재범률과 사회에 어떻게 녹아든 지에 등 연결성을 보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은 이를 연구할 제도적 시스템이 미비하다"며 "처벌 강화로 범죄 예방과 교화 효과가 확실하다면 모르지만 만에 하나 교육 등으로 교화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소년들의 길이 막혀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월27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주택에서 게임을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중학생 A군이 같이 사는 40대 고모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날 사건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