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프로텍(053610) 주가 급등을 타고 2대주주 엘파텍이 지분 처분에 나섰습니다. 엘파텍은 과거 프로텍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였던 회사입니다. 매출 대부분이 프로텍을 통해 발생했고 엘파텍의 실질 주인은 프로텍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였죠. 업계에선 프로텍 ‘편법승계’을 위한 도구로 엘파텍이 활용됐다고 판단했는데요. 지난해 엘파텍과 프로텍의 관계가 문제가 되면서 양사 간 거래도 중단됐습니다. 사실상 알파텍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자 프로텍 ‘엑시트’를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선 모습입니다.
엘파텍, 프로텍 주가 급등에 보유지분 매각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파텍은 지난 6월8일부터 12일까지 프로텍 주식 36만1400주(3.29%)를 132억원에 장내매도 했습니다. 엘파텍이 프로텍 지분을 처음 확보한 것은 지난 2013년입니다. 당시 프로텍은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산은캐피탈을 통해 발행했는데요. 이중 워런트(WR, 신주인수권)는 엘파텍에 분리매각 했습니다.
워런트 행사로 프로텍 지분 7.66%를 확보한 엘파텍은 이후로도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프로텍 지분을 확보해왔는데요. 작년말 기준 엘파텍이 보유한 프로텍 지분은 18.14%(199만4900주)에 달했습니다.
업계에선 엘파텍이 프로텍 지분 ‘엑시트’ 수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엘파텍은 그간 프로텍과의 거래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요. 지난 2020년 프로텍과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빈 껍데기’ 회사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019년 매출액 150억원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하며 45.33%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던 엘파텍은 2020년 매출액이 12억원으로 92% 급감했고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엘파텍이 더 이상 예전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프로텍 주가가 급등하자 엘파텍도 엑시트 기회를 얻었습니다. 프로텍은 반도체 회로의 토대가 되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부품을 붙이는 데 쓰이는 레이저 리플로 장비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미국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와 맺었던 독점 공급 계약이 해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지난 5일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프로텍 장비를 들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음날 상한가에 직행했고, 지난 16일까지 63.11% 급등했습니다.
2대주주발 오버행…내부자 매도로 비춰질 수도
문제는 엘파텍의 지분 처분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로텍은 상장 주식 수 대비 유통주식수가 적은 편입니다. 최대주주인 최승환 대표가 지분 29.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주 역시 18.18%나 됩니다. 여기에 2대주주 엘파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18.14%죠. 작년말 기준 프로텍 소액주주 보유 지분율은 29.5%에 불과합니다. 적은 매도물량으로도 추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엘파텍의 지분 처분 공시 다음날 프로텍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5% 하락했습니다.
엘파텍의 프로텍 지분 처분이 최대주주 등 내부자의 지분매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엘파텍은 프로텍 최대주주인 최승환 대표와 특수관계로 엮인 바 있기 때문입니다.
엘파텍은 4명의 최대주주가 각각 2500만원씩 출자해 설립한 자본금 1억원의 회사인데요. 지난해 5월 기준 최승환 대표의 특수관계자인 최재하, 최재혁씨 2인이 10억원 규모의 1~2차 BW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엘파텍 발행주식 총수는 2만주에 불과한데요. BW의 주식전환 가능 수량은 총 18만주에 달합니다. 결과적으로 최재하, 최재혁씨는 10억원을 투자해 프로텍 지분 18.14%를 보유한 엘파텍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선 엘파텍이 프로텍 ‘편법승계’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BW 실소유주가 엘파텍을 통해 지분 18%를 보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프로텍이 보유한 자사주 18%가 승계에 활용될 여지가 높다는 겁니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마련한 재원으로 모기업 등 상장사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은 기업들의 전형적인 편법승계 방식 중 하나입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모든 주주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만, 자사주 매각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며 “두 회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최 대표의 의중에 따라 특정인에게 자사주를 몰아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엘파텍의 주요 출자자 4인 중 2인은 프로텍 계열사인 이팬엠, 프로텍엘앤에이치의 이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존재가치 사라진 엘파텍…잔여 지분도 청산 수순
업계에선 엘파텍의 프로텍 지분 매각이 예견된 수순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로텍이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엘파텍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졌기 때문입니다.
프로텍은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과거 7년간 특수관계자 간 거래 내용 기재를 두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프로텍의 주권 거래가 정지됐고, 엘파텍과 프로텍의 거래 관계도 청산됐습니다. 엘파텍이 발행했던 BW 역시 모두 상환, 소각처리 됐죠. 결국 BW 소각으로 승계 도구 역할은 물론 주요 매출처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더는 사업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프로텍 측은 엘파텍의 지분 매각과 최대주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프로텍 관계자는 “엘파텍이 과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로 묶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텍과 엘파텍의 관계는 모두 청산했다”면서 “엘파텍과 프로텍은 각자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프로텍 내부 관계와 이번 지분매각은 상관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감리 이후 지분관계 청산을 위해 엘파텍 역시 엑시트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