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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캣맘
입력 : 2023-06-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고양이 밥 주고 싶으면 니들 집에 데려가서 줘라. 왜 남의 집앞에서 주냐'
 
집 근처 주택가 중 한 집 앞에 쓰여진 문구입니다. 재작년쯤 부터 보인 글인데 없애지 않고, 시간이 지나 글씨가 해질때면 다시, 또 다시 수정하고 있더라구요. 이유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다니는 '캣맘'때문입니다.
 
캣맘(Cat Mom)은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거주공간을 설치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언젠가부터 저희동네에서는 2명의 여성이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다닙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 여성들과 함께 길고양에들에게 참치캔이나 물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주민들은 캣맘들이 놓은 고양이 밥을 흔적도 없이 치우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주민들과 캣맘들의 고성이 골목길에 울려퍼질때가 있습니다.
 
때는 지난주 주말. 캣맘들과 주민들이 싸우는 소리에 밖을 나가보니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주민과 캣맘들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캣맘들의 주장은 단 하나입니다. 먹이를 챙겨줘야 길고양이들이 살아간다는 것. 이에 주민들은 "그럼 당신들 집으로 데려가서 키워라. 왜 남의 집 앞에서 밥을 주면서 고양이들이 꼬이게 만드냐"고 소리쳤습니다.
 
캣맘들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다 주고, 뒷정리까지 하고 가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반박을 했습니다.
 
이에 또 다시 주민들은 "뒷정리는 커녕, 고양이 먹이 때문에 골목에 비둘기가 꼬이고, 고양이들이 밤마다 우는 통에 살수가 없다"며 "제발 좀 당신들 집에서 먹이를 주라"고 호소했죠.
 
30분 넘게 이어진 실랑이는 한 캣맘이 눈물을 터트리며 끝이 났습니다.
 
캣맘들로 인해 동네 길고양이 개체수가 파악됐고, 중성화 수술까지 마칠 수 있었지만, 주민들에게 오는 피해는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한 주민은 고양이가 차를 올라가는 통에 기스가 났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은 동물을 무서워 하는 자녀가 고양이를 볼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걱정이라고 했죠.
 
간혹 캣맘들과 시민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충돌이 있었다는 기사들을 보곤 합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바로 옆에서 발생하는 내 이야기더라구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로 인해 오히려 길고양이들이 더 혐오받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길고양이.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박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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