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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에 곪아…농협 흔드는 제왕적 조합장
상품 유통·금융 집행·직원 인사 쥐락펴락
입력 : 2023-06-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신유미 기자] 농협중앙회 조합장의 무기한 임기를 제한하는 법 개정 작업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현직 조합장들이 반발하고 있어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됩니다. 조합장은 생산물 판매와 유통의 결정권, 예금과 대출 같은 신용사업의 집행권, 직원 임면권까지 쥐고 있는데요.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조합장을 견제할 수 있도록 농협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소불위' 조합장…10선 도전도 가능
 
현행 농협법 48조에 따르면 조합장의 임기는 4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상임인 경우 조합장은 두차례 연임할 수 있어서 최장 12년 동안 재임할 수 있습니다. 지역농협의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일 경우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장기 재임이 가능합니다. 3선 이상 조합장은 전체의 30%가 넘고, 10선 이상을 한 조합장도 있습니다.
 
조직도 상으로는 비상임 조합장은 임원들의 의사수렴이나 대외교류·복지후생 정도를 맡고,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가 농산물 유통·판매부터 금융사업과 관련한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돼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대부분의 비상임 조합장은 직원은 물론 상임이사, 상임감사 인사를 결정짓는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에 참여하고 있고, 인추위 7인중 2인을 측근들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조합장에 맞설 수 없는 구조인데다 연임제한조차 없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조합장들이 장기집권하면서 곳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횡령, 특혜성 대출 등 각종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의 한 지역농협에서는 직원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돈을 빼돌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선거때마다 계열사 지배구조 휘청
 
농협법 개정의 또 다른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제 허용'인데요. 지난 2009년 농협 개혁 일환으로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꾼 이후 14년만에 재시도하고 있습니다.
 
현행 농협법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4년으로 정하고, 연임은 물론 이후에라도 다시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농협법 개정안은 해당 조항의 내용을 '1회 연임할 수 있다'고 개정하고, 중앙회장의 연임 여부를 회원조합의 뜻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부에서는 임기 중반이 지나면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농업 지원이라는 고유의 역할이 연속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농축산업 사업의 특성상 대부분 중장기 정책으로 진행되는 만큼 단임제의 폐해는 심각한데요.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장 임기 중반을 넘어가면 야심차게 추진했던 농업 지원 사업들이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다가올 수록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선거전도 문제입니다. 지난 회장 선거에서 밀린 2위 후보가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될 경우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과 만남을 가지며 세 규합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경제·금융지주들도 농협중앙회 교체 때마다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를 했다하더라도 중앙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인데요. 농협중앙회장이 교체 될때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이 사표를 일괄 제출하고 재신임을 묻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한 관계자는 "농협 조직 특성상 중앙회장이 교체되면 계열사 CEO들은 잔존 임기와 상관없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중앙회장의 임기가 짧다보니 계열사 사장들의 운신 폭도 좁을 수밖에 없는데,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비상임 조합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사진=농협중앙회)
 
이종용·신유미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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