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안팎으로 여러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일단 45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떠안은 가운데 3분기 전기요금 조정에 실패했습니다. 애초 한전은 오는 2026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올 3·4분기에 30원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연이은 요금 인상이 국민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 판단해 동결을 선택했습니다. 연내 인상 목표로 제시한 56.1원 중 1분기와 2분기를 합해 21.1원 밖에 인상되지 않았네요.이는 인상 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재정난 해소를 위해선 요금 인상 밖에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남은 4분기에 30원을 더 올려야 하는데, 글쎄요. 이번 동결로 인해 한전의 경영 정상화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전은 25조 원 규모의 자구책도 수행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정부는 한전을 향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구책에 따라 한전은 조합원에게 임금 인상분 반납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반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적자 탓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내부에서는 한전 적자의 요인으로 정부의 오랜 동결 기조와 역마진 구조 등을 꼽고 있습니다.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에 퇴사자도 늘고 있습니다. 올 들어 6개월여 동안 정년 퇴직을 제외한 퇴사자는 110여 명입니다. 재작년 한 해 동안 170여 명이 퇴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상반기만에 65% 선에 도달했습니다.
정승일 사장이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아직 한전 사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입니다. 한 달간 사장 공백 상황이 이어지자 차기 한전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차기 한전 사장은 이런 안팎의 위기를 짊어진 채 선봉에 나서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최대 위기를 맞은 한전을 구할 구원투수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