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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완성차 OEM(위탁생산) 생산성이 회복되고 영업실적도 개선되며 시장의 시선이 자동차 부품사로 이동하고 있다. 전방 산업 호조에 더해 전기차 성장을 타고 전동화 부품 중심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영업이익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IB토마토>는 3회에 걸쳐 주요 부품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엘(005850)은 다른 부품사들과 다르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고가 LED 램프 비중 확대와 GM향 매출 비중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높은 영업현금 창출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늘어났음에도 꾸준히 잉여현금흐름(FCF) 유입이 발생하면서 재무상태도 양호한 수준이다. 에스엘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8.6%로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올랐다. 대형 부품사들의 부진했던 1분기 마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형 부품사들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률은 4.0%대를 하회했는데, 일부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악화된 경우도 있다.
고마진을 기록한 원인으로는 LED램프의 확대와 고객사 다변화가 꼽히고 있다. 2019년부터 이어져온 구조조정으로 CAPEX 부담이 늘어났는데, 영업현금 창출력이 우수해 FCF는 계속 유입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BMS와 사이드바디 모듈(SBCM) 등 제품도 다변화되고 있어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
자동차 램프 패러다임 변화…전기차가 먹여 살리는 LED 램프
에스엘은 램프, 전동 변속기, 미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램프 부문 매출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램프 부문 매출만 3조3451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에는 9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에스엘의 자동차 램프 부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기차 성장과 관련이 있다. LED 램프가 할로겐 램프 대비 전력 소모량이 적은 탓에 전기차에는 LED 램프 채택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LED 램프는 할로겐 램프 대비 가격도 높다. 에스엘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나타 DN8에 투입되는 할로겐 헤드램프 가격은 6만8800원 수준인 반면, MFR타입 LED 헤드램프는 18만2110원, 프로젝션 타입 LED는 24만2970원으로 나타났다.
기아(000270)의 전기차인 EV6용 프로젝션 타입 LED는 41만6000원까지 올라간다.
특히 펠리세이드, 아이오닉5, EV6향 LED 매출은 2021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에스엘의 외형 성장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에스엘의 램프 매출 중 LED 비중은 2019년 20%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4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현대차(005380)와 기아의 디자인적 요소가 변화함에 따라 센터그릴 헤드램프를 강조하게 되면서 LED 헤드램프의 채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스타리아부터 센터그릴 램프를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으로 채용했고, 기아는 전기차에 센터그릴 램프를 채용하고 있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기준 LED램프 매출 비중은 40% 중후반대까지 증가했고, 2024년까지 에스엘의 LED 램프 매출 비중은 6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폭 확대된 GM향 매출 비중…글로벌 영향력도 확대 중
고객사 다변화도 고마진 창출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에스엘의 매출은 아직까진 현대차그룹 비중이 크다. 2021년 기준 현대차 19.82%, 기아 14.34%, 현대모비스 16.6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GM 비중은 8.48%에 불과했다.
그러나 GM 매출 비중은 2022년 13.86%로 확대됐고 올해 1분기에는 17.36%로 증가해 기아(15.99%)를 앞질렀다.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OEM들의 주문 회복이 주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북미 매출은 38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남미와 유럽은 절대적인 매출 비중은 낮은 편에 속하지만, 성장세가 뚜렷하다. 1분기 유럽 매출은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증가했고, 남미는 121억원으로 84.2% 성장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부품 공급사 순위도 2019년 89위에서 2020년 77위, 2021년 73위로 계속 상승 중이다. IHS 조사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헤드램프 부문 글로벌 7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튼튼한 재무상태, 차세대 먹거리는 BMS…SBCM·디지털미러도 확대
글로벌 거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높은 영업이익률도 거두면서 재무제표는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부터 에이치에스엘 일렉트로닉스 상대 합자사 지분 50% 취득 후 합병했고, 에스엘라이팅 합병으로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
지분 인수 및 합병과 함께 각 법인을 포함해 LED램프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CAPEX 부담이 늘어났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2020년부터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유입이 꾸준히 1600억원을 넘기고 있다. OCF가 CAPEX를 상회하면서 FCF 유입을 유지하고 있다.
완성차 OEM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에스엘의 운전자본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매출채권은 8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6% 늘었다. 총차입금 규모는 416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264억원이 줄었는데, 현금성자산이 3755억원으로 1409억원 줄면서 차입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다만, 2021년까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였기에 부채비율이나 순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는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스엘은 차세대 먹거리로 BMS 사업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현대차의 한국공장에 공급한 BMS 매출액이 210억원으로 알려졌고, 기아향 수주가 매출로 연결되는 2024년 하반기에는 39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에스엘의 BMS를 향후 4개 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아웃사이드 미러, 충전도어 및 도어영역의 개별 제어기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SBCM을 수주받아 향후 13개 차종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에는 에스엘미러텍 지분 51% 취득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포드와 유럽 업체향 제품 포트폴리오도 BMS, 사이드바디모듈, 디지털미러로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분기 신규 수주는 3490억원으로 램프 2957억원, 전동화제품 395억원, 미러제품 137억원으로 구성됐다. 올해 목표액의 26.1%를 달성하면서 순조롭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