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하얏트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30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단체등의구성활동) 등 혐의로 수노아파 조직원 9명을 구속기소하고 신규 조직원 30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사모펀드 투자 손실로 범행 사주
검찰에 따르면 윤모(51)씨와 수노아파 조직원 등 12명은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3박 4일간 숙박하며 호텔 운영자인 배상윤 KH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호텔 식당에서 공연하던 밴드와 손님들에게도 욕설을 하며 공연 중단을 강요했습니다. 직원들의 저지에도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사우나를 이용하고 객실에서 흡연을 하거나 조폭식 인사를 하는 등 호텔을 활보하며 난동과 행패를 부렸습니다.
윤씨와 수노아파 원로 조직원인 최모(50)씨는 배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6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번 범행은 손실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조직 행동대원 10명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배 회장 또한 폭력조직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현재 4000억원대 배임650억원대 횡령·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혐의 등을 받습니다. 지금은 해외 도피 중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무효화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폭력조직 간 이권 다툼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 회장은 하얏트 호텔 난동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2개월 후 수노아파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고소 취소와 주거 일정 등의 사유로 법원이 윤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이들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지난해 2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노아파 서울 합숙소와 유흥주점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CCTV·계좌·통화내역 재분석하는 등 직접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 10월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경찰 수사 중에도 신규 조직원 모집
이 과정에서 수노아파는 경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서울·목포를 거점으로 20여명 이상의 신규 조직원을 계속 모집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건설업체·성매매 업소·다수의 유흥주점 등 운영 수익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단합대회, 출소식 등을 통해 세를 확장했습니다.
또 수노아파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폭력조직(국제마피아·택사스 등)들이 계파를 초월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또래 모임'이라는 정기 회합으로 세를 과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평온한 일상에 불안감을 조성한 중대 폭력 사안"이라며 "주요 가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로 사실상 조직을 와해 수준으로 해체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검경 단속 강화로) 조직끼리 정면 대결하면 조직이 와해한다는 것을 안 폭력조직들이 불법 성매매·대부업 같은 음지에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조직 재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수원복 이후 보완수사 중 첫 조폭 인지 수사
이번 사건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 기능이 일부 복원된 후 서울중앙지검이 보완수사를 하던 중 조폭 인지 수사를 한 첫 사례입니다. 직접 수사 제한으로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정보를 새로 파악한 검찰은 향후 수사로 조직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예정입니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시에서 결성됐습니다. 1990년대 중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2000년대 들어 전국 10대 조폭으로 세력을 불렸습니다. 유흥업소 운영과 주택 철거 등이 주된 사업 영역으로 일부 건설사의 철거 용역을 도맡아 오다 2009년 용산 참사에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수노아'라는 이름은 수노아파가 결성된 장소가 '수노아 호프'라는 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데, 칼침으로 수를 놓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12월 열린 전국 조폭 모임. (사진=서울중앙지검)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