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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가는데 실"…너도나도 전기차 충전사업
SK·LG·롯데·GS 등 주요 대기업 모두 진출
입력 : 2023-07-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맞춰 충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5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하면 모두 전기차 충전 업체를 인수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충전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SK시그넷 급속 충전기.(사진=SK시그넷)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034730)그룹입니다. SK그룹은 2021년 4월 약 3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이브이(현 SK시그넷)을 인수했습니다.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시장 1위 업체인데요. 지난달 15일 테슬라의 충전 방식(NACS)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SK네트웍스(001740)는 지난해 11월 충전 인프라 운영 사업자인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를 출범시켰습니다. SK일렉링크는 전국 2500여기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K네트웍스는 완속충전기 업체인 에버온에 투자해 2대주주로도 올랐는데요. SK일렉링크·에버온의 충전인프라를 결합하고 SK렌터카는 이를 활용할 방침입니다. SK E&S도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회사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LG(003550)그룹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충전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LG는 전기차 배터리부터 충전, 플랫폼까지 '전기차 충전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우선 LG전자(066570)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하고 사명을 하이비차저로 바꿨습니다.
 
범LG가인 GS(078930)그룹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하이비차저 지분은 LG전자가 60%, GS계열이 40%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LG전자는 GS(078930)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 플러스 허브'에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GS(078930)에너지는 2021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지엔텔과 합작법인 GS커넥트를 설립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대 완속충전 사업자인 '차지비'도 인수했습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자체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도 출범시켰습니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286940)이 지난해 1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중앙제어(현 EVSIS)를 인수해 충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2025년까지 롯데그룹 오프라인 거점을 줌심으로 충전기 1만3000기 이상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외 LS(006260)그룹은 지난해 LS이링크를 설립하며  E1 가스충전소를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한화큐셀이 전기차 충전 사업 브랜드 '한화모티브'를 론칭했습니다.
 
LG전자 연구원이 하이비차저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습니다.(사진=LG전자)
 
이들 기업은 주유소, 주차장 등 기존 사업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특히 주유소의 경우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기준이 완화돼 인프라 확대가 기대됩니다. 지금까지는 주유기와 6m이상 거리를 두도록 하는 등 일률적 거리 기준을 규정, 도심지역의 주유소는 부지가 협소해 충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웠는데요.
 
지난달 29일부터는 일률적인 거리가 아닌 주유소 부지 실정에 적합한 '폭발위험장소 외의 범위'로 설정해 전기차 충전설비를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SK·GS 모두 전국에 주유소망을 갖고 있는데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되면 성장의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기 제조와 충전 인프라 운영, 연계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충전기 보급이 더딘 데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 충전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데요. 독일 컨설팅 업체 롤랜드 버거는 올해 550억달러(약 72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기차 보급 대수는 47만대, 급속 충전기 2만5000기, 완속 충전기 21만5000기를 합쳐 총 24만여 기입니다. 정부는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아직 유의미한 수익이 나지 않고 있어 꾸준한 추가 투자와 서비스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요. 업계에서는 전기차 충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민간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을 현실화해 민간 사업자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급속충전은 비용을 올리고 심야 완속충전은 낮춰서 소비자가 찾아가게끔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 활성화되는 것이 전기차와 충전시스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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