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춘 가운데 곧 발표를 앞둔 정부발 전망치의 하향 조정 여부에 이목이 쏠릴 전망입니다. 그 동안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1~0.2%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습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수출, 정부 재정 지출 등의 경기부양책이 요구되지만 인위적인 부양책 없이 하반기 성장률을 높일 여력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합동은 이번 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 등 경제지표가 좀처럼 개선되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종전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둔화하면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5월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2.7% 늘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4.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나라 수출 시장의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57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년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전년보다 38.6% 감소한 상반기 424억달러 실적을 합칠 경우 연간 수출액은 1000억달러에 그치는 등 전년보다 22.6%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전체 수출액 전망치도 3227억달러로 전년보다 3.1% 감소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연간 수출액 전망치는 7.7% 줄어든 6309억달러로 분석했습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0.1~0.2%포인트 하향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배경은 일제히 하향 조정 전망을 내놓고 있는 주요 기관들의 분석과 무관치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1월 1.7%에서 0.2%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월 1.8%에서 5월 1.5%로 0.3%포인트 하향했습니다. 한국은행도 같은 기간 1.6%에서 1.4%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산업연구원은 5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 1.9%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료는 주요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동. (그래픽=뉴스토마토)
3월 1.6%를 예측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경제전망'을 통해 1.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상황입니다. 0.1~0.2%포인트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경우 종전 전망치인 1.5%보다 0.2%포인트 낮은 1.3%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연내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2023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5%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소매 판매, 서비스업, 관광업에 GDP 증가 기여가 몰려있다는 점에서 향후 원만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불황과 기업 부채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지방 정부의 23조달러에 이르는 과도한 부채 수준이 중국 경제 회복의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의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6% 늘었지만 5월 3.5%로 증가 폭이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매 판매도 18.4%에서 12.7%로 증가 폭이 줄었습니다. 수출은 4월 8.5% 증가했지만 5월 7.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수출, 정부 지출 등 3가지가 받쳐줘야 하는데 수출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하반기 마이너스가 확실한 상황"이라며 "내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 부양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의 투자 여건도 반도체 등을 국가전략산업기술로 지정해서 혜택을 많이 주긴 하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에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며 "소비와 투자가 특별히 살아날 이유가 없고 수출도 감소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성장률을 높일 여력이 없다. 이에 무역 업계에서는 1% 초반대일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감만(위) 부두 야적장.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