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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17일 18: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대규모 후순위사채 발행으로 자본적정성 관리에 나선다. 새로운 회계제도서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됐지만 금리 하락과 계리적 가정의 변경 등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자본성증권 발행 등 지급여력 수준을 올리기 위한 선제적 확충 필요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순위채 최대 5000억원 발행…IFRS17서 개선된 지급여력비율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3000억원에서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이번 3분기 중 발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난 14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라면서 "발행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금리 등 조건은 추후 결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자본성증권 잔액은 지난 1분기 기준 신종자본증권 1조5673억원, 후순위채 1조3040억원으로 총 2조8714억원이다. 이 가운데 2018년 발행한 외화신종자본증권(한화 1조673억원)은 5년 콜옵션에 따라 지난 4월 조기 상환을 완료했다. 나머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내년 7월 콜옵션이 도래한다. 후순위채의 경우 지난해 2월과 6월 발행한 건으로 만기 10년물이다.
한화생명은 올해부터 적용된 자본적정성 새 지표인 K-ICS 비율이 지난 3월 말 기준 181.2%로 기존 회계제도 지표였던 RBC 비율(162.2%)보다 수치가 20%p가량 상승했다. RBC 비율은 업계 평균인 204.2%에 비해 부진했지만 K-ICS는 평균(182.8%)과 유사한 상태다.
산출 기준이 강화된 K-ICS 체계로 전환하면서 요구자본인 지급여력기준금액이 6조6107억원에서 11조9049억원으로 늘었지만, 가용자본인 지급여력금액이 10조7209억원에서 21조5751억원으로 더 크게 증가하면서 개선됐다.
가용자본의 확대는 K-ICS와 함께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효과(부채를 시가 평가)로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난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고수익성 상품 취급을 확대하면서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를 늘린 점도 한몫했다.
후순위채는 RBC 체제서와 같이 K-ICS에서도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며 그 한도는 요구자본 대비 50%다. 보완자본은 자본성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보완자본 항목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 기준이다.
금리 하락하면 K-ICS 비율 떨어져…후순위채 발행 유인 커져
보험업계서는 K-ICS 비율에 대한 불안감이 금리 상승 효과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 적용으로 1분기 첫 보고가 일단락된 상태다. 몇몇 보험사의 K-ICS 비율 수치(경과조치 전)가 크게 떨어졌지만 경과조치와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했다.
K-ICS는 RBC 대비 금리 민감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했던 기존 회계와 달리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하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가치변동이 두 부문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 가치가 모두 증가해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된다. 가용자본 변동 폭이 RBC보다 작아지는 셈이다.
한화생명 본점.(사진=한화생명)
다만 금리 인상이 정점을 찍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K-ICS 비율 하락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는 만큼(부채 가치가 더 크게 증가) 금리가 하락하면 K-ICS 비율이 떨어진다.
특히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확정형 보유계약(보험부채) 비중이 높은 경우 금리리스크 부담이 커지는데,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최저보증이율 4.5% 이상의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보험료적립금에서 30% 수준으로 높다. 금리연동형 상품도 경쟁사 대비 최저보증이율 부담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적용되는 장기선도금리 4.8%는 향후 추가적으로 인하될 예정이다"라면서 "한화생명은 장기 고금리확정형 보유계약으로 인해 금리 하락 시 자기자본 감소와 K-ICS 비율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이 K-ICS 비율 변동과 자본성증권 발행 수요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SM 감소는 가용자본의 축소로,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 손실 발생은 요구자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한화생명은 K-ICS 비율 관리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 기발행 자본성증권 콜옵션 시점 도래에 따른 조기상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라면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CSM 감소 효과로 K-ICS 비율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