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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판 커지자 스팩 폭주…단타꾼 최고의 놀이터
최대 4배 수익 노리는 개미들…'천하제일 단타대회'
입력 : 2023-07-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시행한 신규 상장사의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가 오히려 시장의 단타성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장일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는 특히 시가총액이 낮은 스팩(SPAC)주에서 과열 양상을 보입니다.
 
스팩주 상장 첫날 주가 폭등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신규 상장한 4개 종목의 상장 당일 공모가대비 평균 상승폭은 183.18%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상장 첫날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종목은 교보14호스팩(456490)으로 상장 첫날 공모가(2000원) 대비 240.5% 상승한 681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DB금융스팩11호(456440) 역시 첫날 121.8%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장중 한때에는 243% 폭등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선 스팩주들의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막 상장한 스팩주의 주가 급등을 설명할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팩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말합니다. 증권사가 스팩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증권시장에 우선 신규 상장한 이후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형태죠. 다른 회사와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이죠.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에선 총 15개의 스팩이 상장했는데요. 스팩주들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상승률은 4.47%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10% 이상 상승한 스팩주는 손에 꼽습니다. 지난해 국내증시는 스팩 열풍으로 제도 시행(2010년) 이후 두 번째(45건)로 많은 스팩 상장이 이뤄졌죠. 
 
시장에선 스팩주의 상장일 급등락의 원인으로 신규 상장일 주가변동폭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사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 60~400%로 확대했습니다. 기존 신규상장주들은 상장 첫날 가격은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를 달성하는 ‘따상’이 최대치였습니다. ‘적정가격 발견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유가증권과 코스닥 모두 신규 상장일 변동폭이 확대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수 매매에도 급등락
 
문제는 소수의 시세조종에 취약한 국내 스팩 구조에서 나타납니다. 현재 국내증시에서 스팩의 공모 규모는 75억~120억원 사이가 일반적입니다. 상장 준비기간이 비교적 짧고 심사기준이 낮은 스팩상장의 특성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공모규모가 큰 대형주들은 공모주 발행을 통한 신규 상장을 선호합니다.
 
상장 후 시가총액 자체가 낮은 데다 주관사의 보호예수물량까지 있어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변동폭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실제 이날 상장한 교보14호스팩과 DB금융스팩11호는 주가 급등락 당시 단일계좌의 거래가 집중된 바 있습니다. 교보14호스팩과 DB금융스팩11호의 상장당시 시가총액은 각각 84억원, 106억원에 불과합니다.
 
교보14호스팩과 DB금융스팩11호 모두 상장 첫날 단일계좌 거래 집중으로 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 시장경고조치를 받았으며, 교보14호스팩은 상장 후 5거래일간 3차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달 들어 단일계좌 거래집중에 따른 거래소의 시장경고조치는 총 15차례 있었는데요. 이중 절반(7건) 가량이 스팩에서 발생했습니다. 스팩주에서 발생한 시장경고는 모두 단일계좌 거래집중이였죠.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주들이 상장 당일 단일계좌거래량 증가로 지정된 것을 보면 소수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스팩주는 시가총액과 유통물량이 적어 시세조작 등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신규 상장 주식 중 상장일 공모가 대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교보14호스팩의 시장경고 조치를 보면 이같은 시세조종 패턴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교보14호스팩은 공모가 대비 240% 상승한 상장 첫날(6일) 한 개인투자자의 대량매수가 포착됐는데요. 두 번째 급등세를 보였던 11일에도 개인투자자의 대량매수가 있었습니다. 해당 투자자는 바로 다음 날인 12일 모든 물량을 처분했는데요. 이날 주가는 전일 상승분(15.04%)보다 큰 폭으로 하락(-16.83%)했습니다.
 
이경준 혁신IB투자자문 대표는 현재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호황을 넘어 과열상태에 진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합병이 목적인 스팩이 상장하자마자 급등하는 것은 특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스팩 가격이 높아지면 합병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는데 2000원인 스팩이 6000~8000원까지 오르면 결국 합병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모주 가격제한폭 확대로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발행사들도 공모가를 높이는 등 욕심을 내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갈 수 없다”며 “과도하게 고평가된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런 분위기도 깨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일계좌 거래집중 스팩 투자주의
 
급등락이 이어지는 스팩주의 경우 향후 거래소와 금감원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민큼 투자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이렇다 할 호재가 없음에도 급등락을 거듭하는 신생 스팩이 늘면서 투자 주의보가 내려진바 있는데요. 당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주가 상승이 과도했던 스팩 17종목을 대상으로 기획감시를 실시한 결과, 7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 사항이 발견됐습니다.
 
거래소와 금감원 역시 스팩주 급등락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주 등 불공정거래가 의심 되는 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스팩주 주가급등락과 관련해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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