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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금투, 전산 민원 빗발치는데 '우이독경'
3월 이어 이달에도 전산장애 발생
입력 : 2023-07-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DB금융투자(016610)가 잇따른 서버 장애로 고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주관 증권사들이 받은 전산장애민원의 99%가 DB금융투자를 가리켰는데요. 버는 돈에 비해 시스템 확충에 투자하는 비용이 적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주문 폭주에 대비하지 않은 채 능력치를 넘어선 IPO를 진행하다 물의를 빚다보니 역량 문제도 언급됩니다. 
 
DB금투 잇따른 전산장애로 공모투자자 '분노'
 
상반기 IPO 주관 증권사 전산장애 민원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IPO를 주관한 17개 증권사 고객들이 낸 전산장애 민원은 총 1만3874건입니다. 작년 상반기(5806건)보다 139%(8068건)나 급증했는데요. 민원 급증의 주범은 DB금융투자였습니다. 전체 민원의 99%인 1만3803건이 DB금융투자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히 지난 3월 바이오인프라(199730) 상장일 당시 발생한 전산 장애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DB금융투자가 IPO 대표 주관을 맡은 바이오인프라는 올해 3월 2일 상장했습니다. 하지만 상장일 개장 직후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오전 9시2분부터 31분까지 DB금융투자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매도, 매수 주문 지연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공모주 청약자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주해 발생한 장애로 보입니다.
 
이 전산장애 때문에 손해를 본 고객들의 민원이 폭주했고 결국 지난 4월 DB금융투자는 투자자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상장 당일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33분까지 MTS 접속 및 주문 내역이 있는 고객이 당일 매도주문을 내 체결됐을 경우 보상기준 가격인 4만원과 실제 체결가격의 차액을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4만원은 이날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의 거래량가중평균가격(3만6700원)에 3300원을 가산한 값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의 민원 폭탄을 맞은지 4개월 만에 또 DB금융투자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DB금융투자는 오는 24일 상장 예정인 화장품기업 뷰티스킨의 주관을 맡아 13~14일 청약을 받았는데요. 청약 마지막 날인 14일, MTS와 HTS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로 청약증거금 입금이 지연된 것입니다. 
 
통상 공모주 투자자들은 청약 경쟁률 눈치보기를 하느라 업무 마감시간인 오후 4시 직전에 신청을 많이 넣는데요. 이번엔 DB금융투자 단독 주관이었음에도 관행적으로 그 시간에 신청이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또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입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청약 막바지인 오후 3시30분께 고객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이체 입금이 지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DB금융투자는 이날 청약 마감을 20분 연장한 뒤 추가로 10분을 더 늘려서 오후 4시30분에야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단독 주관 상장 많은데…처리 역량 충분?
 
최근 공모주의 상장 첫날 거래가격 범위가 확대됐죠.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최대 400%까지 오를 수 있다 보니 주가 변동성이 커져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DB금융투자 고객들은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전산장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DB금융투자의 전산시스템 투자는 인색해 보입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73억원에서 2019년 174억원, 2020년 186억원, 2021년 204억원까지 늘렸고 작년엔 215억원을 전산운용비로 사용했습니다. 전산운용비는 서버 확충 등에 투입되는 돈입니다. DB금융투자와 덩치가 비슷한 유진투자증권(001200)SK증권(001510)에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작은 투자는 아닙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5년간 전산운용에 평균 114억원을, SK증권은 172억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앞선 두 증권사는 평소 IPO 주관사를 맡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단독으로 주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진투자증권은 2021년 9월 에스앤디(260970) 대표 주관사를 맡은 것을 제외하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나 인수회사로만 상장에 참여했습니다. SK증권도 올해 씨유박스(340810) 공동주관과 스팩 상장만 진행했습니다.
 
반면 DB금융투자는 최근 3년간 스팩 외에도 단독으로 5건의 상장을 주관했습니다. 핌스(347770), 티엘비(356860), 제노코(361390),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바이오인프라(199730) 등인데요. 단독 대표주관인 만큼 주문이 몰릴 것에 대비해 충분한 전산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겠죠. 올해 잇따른 전산장애가 발생하자 역량 부족을 꼬집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산시스템은 여유가 있을 때 투자해야 하는데 이익이 증가한 기간에도 투자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B금융투자의 2021년 영업이익은 전년(870억원)보다 55% 증가한 1348억원이었는데요. 같은 해 전산운용비는 9.7%(18억원) 증가에 그쳤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청약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공모 일정에 맞춰서 사전 모니터링 지도를 하고 있다"며 "준비 과정에 대해서 체크를 해도 사고가 날 수 있어서 사후적으로 현장검사를 갔을 때 절차를 다 지켰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DB금융투자는 최근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혐의로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 적발돼 고역을 겪고 있습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금감원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표를 냈습니다. 지난 18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거짓 리포트로 부당이익을 챙긴 애널리스트는 엄벌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하고, 태만한 직원 관리로 고객들에게 손실을 안긴 DB금융투자에게도 무거운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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