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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사태 전말)③증권사도 큰 피해
CFD 미수채권 손실 반영…순익·목표가 하락
입력 : 2023-07-24 오전 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라덕연 일당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8종목의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규모가 상당합니다. 증권사들은 작전세력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는데 엉뚱하게 덤터기까지 쓰는 모양새입니다. 주가조작의 공범처럼 인식돼 고객이 이탈하는 등 악영향이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큰 피해는 증권사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이 멈췄다는 사실입니다. 각사의 장기성장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사도 피해자인데…등돌린 고객
 
지난달 8일 이용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증권사 중 CFD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13개사로 이들이 떠안은 CFD 미수채권 규모는 2521억원 규모입니다. 이중 상위 3개사가 각각 685억원, 502억원, 444억원으로 3사 합산이 전체 비중의 65%에 달했습니다. 
 
이 사실이 전해진 후 6주가 지난 지금도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회수율은 저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비용은 2분기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이들 13개사의 2분기 합산 실적도 1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입니다. 1분기 실적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2521억원의 매수채권을 반영하면 최소 12% 감익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1분기 실적에는 배당수익 등이 포함됐던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은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조정되고 있습니다.
 
CFD 거래 제한으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도 들여다 볼 부분입니다. CFD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들이 연간 100억~300억원 수준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균 100억원으로 계산해도 업계 전체로 봤을 때 13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렇게 CFD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들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은 피해 당사자임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증거금률을 100%로 높여 반대매매를 촉발했다는 라덕연의 주장에서 비롯된 의심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올리는 과정에선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증권사들은 이른바 ‘라덕연의 8종목’들이 처음 동반 하한가를 기록한 4월24일 장마감 후에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높였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보유잔고 증거금률이 변한 것은 아니고, 신규 주문 건에만 적용했으니 이로 인해 하한가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겠죠.
 
그럼에도 라덕연의 발목잡기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논란을 양산, 올해 들어 살아나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거래대금도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라덕연 사태 직후부터 거래대금이 급감, 5월에는 4월 대비 30% 이상 감소한 421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하한가 사태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위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가 줄면 증권사들의 수수료수익도 감소할 겁니다. 
 
SG발 주가 폭락 사태에 가담한 라덕연 일당의 공범들이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의를 일으킨 주범은 따로 있는데 피해는 증권사들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초대형IB 추진 ‘올스톱’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몇 년에 걸쳐 공들여 준비해온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6호 초대형IB가 되기 위해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요건에 맞는 위해 자기자본 기준을 맞추는 등 오래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하나증권의 경우 2020년 자기자본 조건을 충족한 뒤 차근차근 준비해 연내 초대형IB 및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었죠. 
 
키움증권도 지난해 4월 종합투자금융사 인가를 취득한 후 곧바로 전략기획본부 내 초대형IB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초대형IB 인가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이제 초대형IB에 걸맞는 사업계획, 재무, 물적설비 등 필수조건을 완비하고 연내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었는데 돌발변수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금감원은 5월 3일 키움증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어 5월 8일엔 하나증권, 10일에는 교보증권 조사도 시작했습니다.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 전까지 인허가 관련 업무는 올스톱입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규정을 지켰는지, 내부직원이 연루됐는지 등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설령 증권사들이 CFD와 연관된 혐의점이 없다고 해도 증권사 내부통제와 대주주 적격성 평가엔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항목에선 금융당국의 정성적 평가가 반영될 공산이 큽니다. 증권사로서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시간도 지체될 전망입니다. 검사결과가 나와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돼 최종 통과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6년 초대형IB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인가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도 6호 초대형IB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초대형IB가 되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자체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판매해 자기자본의 2배를 조달할 수 있게 되죠. 따로 발행공시나 신용평가 등을 받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초대형IB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가 이렇게 자금을 조달해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등에 활용해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 퇴직연금 운용규제 TF가 초대형IB의 발행어음을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 대상에 포함키로 한 것도 초대형IB에겐 큰 기회입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발행어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 고금리 발행어음을 앞세워 은행권의 퇴직연금 고객을 유치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말 기준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점유율은 21.9%(73.6조원)로 은행(51.4%, 172.7조원)은 물론 보험권(26.7%, 89.7조원)에도 뒤쳐져 있습니다. 퇴직금은 투자성과보다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탓입니다. 이럴 때 은행 예금에 맞설 수 있는 발행어음 투자가 가능해지면 증권사들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초대형IB는 증권업계에 매우 중요한 이슈인데 작전꾼의 말 한마디에 공든 탑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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