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주혜린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83.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3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기대수명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의료보건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OECD 평균보다 2배 높은 자살률 문제는 시급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2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80.3년보다 3.3년 길었습니다. 국민 기대수명은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80.6년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OECD 보건통계 2023'의 주요 분야별 · 지표별 세부내용을 분석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수준 및 각 국가의 수준 · 현황 등을 발표했습니다. 자료는 복지부가 발표한 건강 위험요인. (그래픽=뉴스토마토)
낮은 비만율·주류 소비·흡연율 영향…가계 의료비 감소세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위치한 한국 평균 기대수명은 '낮은 과체중 및 비만율'에 기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15세 이상 인구 중 키와 몸무게 측정에 의한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6.7%로 일본(27.2%)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적게 나타났습니다.
낮은 주류 소비량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 15세 이상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7.7리터(L)로 OECD 평균인 8.6리터보다 적었습니다. 주류 소비량은 2011년 8.9리터, 2016년 8.7리터 2021년 7.7리터로 지난 10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인 흡연율의 경우도 OECD 평균인 15.9%보다 낮은 15.4%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흡연율도 2011년 23.2%, 2016년 18.4%, 2021년 15.4%로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로 OECD 평균인 9.7%에 비해 낮았습니다. 경상의료비는 보건의료 서비스 및 재화에 소비된 국민 전체의 1년간 지출 총액을 의미합니다. 가계가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도 2011년 34.9%에서 2016년 34.1%, 2021년 29.1로 점차 감소 추세입니다.
OECD 국가 중 병상 가장 많아…외래 진료도 1위
병상 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습니다.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원 병상 수는 12.8개로 OECD 국가 평균 4.3개의 약 2.9배에 이릅니다.
국내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일수도 18.5일로 OECD 국가 중에서 일본(27.5일) 다음으로 길었습니다.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일수도 7.6일로 OECD 평균 6.6일보다 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료장비 보유 현황도 인구 100만명당 자기공명영상(MRI) 35.5대, 컴퓨터단층촬영(CT) 42.2대로 OECD 평균(MRI 19.6대, CT 29.8대)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검사 건수의 경우는 인구 1000만명 당 MRI 80.1건, CT 281.5건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습니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도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5.9회보다 2.6배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1.1회, 슬로바키아 11회, 독일 9.5회, 헝가리 9.5회, 네덜란드 8.5회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OECD 보건통계 2023'의 주요 분야별 · 지표별 세부내용을 분석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수준 및 각 국가의 수준 · 현황 등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자원 통계. (그래픽=뉴스토마토)
의사수 꼴찌서 '두번째'…간호사 OECD 평균 '절반'
국내 보유 병상과 의료장비는 넉넉하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은 OECD 대비 턱 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내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의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보다 1.1명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은 수치입니다. 상위권에 속하는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보다는 2배 이상 적은 수치입니다.
의학계열 졸업자도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적었습니다. 국내 의학계열 졸업자는 인구 10만 당 7.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4명 대비 2배가량 적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상 간호인력도 인구 1000명당 8.8명으로 OECD 평균인 9.8명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간호사의 경우 OECD 평균 8.4명 보다 2배 가량 적은 4.6명으로 조사됐습니다.
회피가능사망률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142명으로 OECD 평균인 239.1명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의료인력 부족의 여파로 풀이됩니다. 회피가능사망률이란 질병의 예방 활동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과 시의적절한 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막을 수 있는 사망에 따른 사망률을 의미합니다.
자살사망률 '1위'…과잉 의료시스템도 개선해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력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자살률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자살사망률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OECD 평균인 11.0명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자살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습니다. 남성의 경우 34.9%, 여성은 14.9%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사회환경적인 요소가 높은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진호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스페인, 프랑스 등에 한 달만 살아보면 왜 자살률이 높은지 알 수 있다"며 "결과 중심, 빨리빨리, 남들과의 비교가 일상이 된 사회가 국민들의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 교감신경이 항진돼 심폐기능 문제 등 인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 같은 사회환경적인 요소가 자살사망률의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며 대학입시, 승진 등 경쟁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며 "청소년은 입시의 영향이 크고 노인은 사회적 위치 추락, 빈곤, 가족 해체 및 고립의 영향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의료수준이 높아진다고 자살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엄청난 건강보험료를 젊은이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과잉된 의료 시스템을 지역사회 돌봄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OECD 보건통계 2023'의 주요 분야별 · 지표별 세부내용을 분석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수준 및 각 국가의 수준 · 현황 등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2020년 OECD 주요 국가 자살사망률.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주혜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