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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봉? 자비스, 꼼수 유증 ‘눈살’
차입금 상환 위해 유증…주가 오르자 없던 일
입력 : 2023-07-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스닥 상장기업 자비스(254120)가 유상증자로 상환을 계획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전환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BW 상환 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규모에 못 미치는 데다, 유증 자체가 채권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섭니다. 시장에선 자비스가 차입금 상환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채권자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증 한방에 추가 리픽싱…BW 주식전환 잇따라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비스는 최근 1주일간 20억7000만원 규모의 BW가 주식전환 청구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주식전환으로 발행된 신주는 총 104만4397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4.67%이며, 전환가액은 1982원입니다.
 
자비스는 X-ray를 이용한 반도체 및 2차전지 검사장비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누적된 적자와 결손금은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해왔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BW를 발행했으며, 지난 5월에는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증을 통해 128억원을 조달했죠.
 
자비스의 유증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는데요. BW 사채권자들의 투자금 보전을 위해 유증을 진행했다고 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자비스는 주가하락으로 기존에 발행했던 60억원 규모의 BW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던 땝니다.
 
자비스는 128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하면서 40억원을 BW 만기전 상환, 87억원을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는데요. 지난 4월 기준 미상환 BW 50억원 중 실제 만기전 상환까지 이뤄진 금액은 1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유상증자 결정이 사채권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자비스는 지난 2021년 BW를 발행할 당시 시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을 발행가(2558원)의 85%인 2175원으로 결정했는데요. 작년 3월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전환청구 시기가 도래한 작년 6월 이후로는 주가가 최저 리픽싱가격을 밑돌았죠. 사실상 BW의 주식전환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은 자비스의 주주배정 유증으로 반전됐습니다. 유증 공모가액이 전환가보다 낮은 1965원으로 결정되면서 6회차 BW의 전환가액도 유증 발행가와 비슷한 1982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자비스 BW의 경우 이미 한도까지 리픽싱이 완료됐지만, 신주발행에 따른 추가 리픽싱은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채권자 3배 평가익 기대…상환 BW는 재매각 할 듯
 
유상증자로 전환가액을 낮춘 채권자들은 최근 자비스의 주가 급등으로 막대한 평가차익을 챙기게 됐습니다. 자비스는 최근 한달 사이 주가가 93.05%급등했는데요. 지난 6월말 3020원에 거래를 마감했던 주가는 25일 종가기준 5830원까지 올랐습니다. 전환가액 1982원을 기준으로 3배 가량의 평가차익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자비스 BW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비스의 BW 물량은 적지 않은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만기 전 상환된 BW 역시 소각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재매각 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죠. 만기 전 상환 물량을 포함해 자비스 BW가 모두 주식전환 될 경우 발행되는 신주는 총 249만7477주로 발행주식총수(2234만3136주)의 11.18% 수준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자에게 유리한 유증은 회사의 빚을 기존 주주와 일반에 떠넘기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면서 “유증 이후 낮아진 전환가액은 기존주주의 지분가치를 더욱 희석하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비스 관계자는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상승으로 BW 주식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계획보다 상환 규모가 작아졌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BW의 소각·재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소각보다 재매각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주가급등과 관련해 “회사 내부적으로 주가가 급등할 만한 호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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