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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년…분단 해소는커녕 ‘두 개의 적성국가’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윤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가능한가
입력 : 2023-07-28 오전 6:00:00

1953년 7월 27일 판문점 정전협정문 서명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40년이 채 안 되는 고려, 후백제, 신라가 각축기를 우리는 후삼국시대라고 부릅니다. 분단 78년, 정전 7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을 후세는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남북 분단사에서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은 또 하나의 통한의 자리였습니다.
 
미국과 중국, 북한은 70년 전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정전협정에서 “3개월 이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4조 60항)고 합의했습니다. 애초 약속한 ‘3개월’은커녕 해를 넘겨 1954년 4월 26일 돼서야 남과 북, 미국, 소련, 유엔군 참여국까지 총 19개국이 제네바에 모였습니다. 회의는 50일 넘겨 6월 15일까지 계속됐으나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고, 한반도 분단체제가 고착화돼버렸습니다.
 
유엔사와 우리 합참은, 1953년 7월부터 1999년 6월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가 43만822건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같은 기간 남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가 83만5838건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전협정 뒤 현재까지 남북관계 대부분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 그것도 15년 전부가 아니라 그 시기 내 짧은 기간을 제외한 대부분이 갈등으로 점철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2023년은 이 갈등이 상승일로에 있습니다.
 
지난 13일 북한 ICBM 화성-18형 시험발상 장면 (사진=뉴시스)

2023년의 현실: 북, “명백한 적” 대적투쟁 선언…남, “우리의 적” 힘을 통한 평화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대적투쟁’을 선언했고, 윤석열정부 국방부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힘을 통한 평화’로 맞서면서 휴전선과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우발적 충돌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며 “상황에 따라 며칠 안에 전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지난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 인터뷰)
 
단지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소극적 평화’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정전협정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남북이 ‘두 개의 적성국가’ 분립 상황을 향해 역주행 중이며, 적대관계가 해소된다 해도 두 개의 개별적인 국가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두 개의 적성국가’ 공고화는 근본적으로는 통일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하고, 가까이는 한반도의 구조적 불안정이 고착화하면서 국민의 삶 자체가 불안해지고, 북방경제를 통한 제2의 경제도약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대관계 해소된다 해도 두 개의 개별국가 경향 뚜렷해질 것"
 
당장에 무력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남북관계 안정 노력이 긴요합니다. 안보는 ‘힘을 통한 평화’ 즉 국방력뿐 아니라 외교가 함께 가야 합니다. ‘미친 개’라는 평까지 듣는 ‘뼛속까지 군인’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이 "국무부에 예산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내가 더 탄약을 많이 사야 한다" 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3일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미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10위 권 경제가 석기시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가 허언이 아닙니다. 현재 한반도에 있는 무기만으로도 절멸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한반도 정세의 최대 원심력이라는 점에서 미중 관계는 한반도 평화에 핵심요소입니다. 미중 관계 악화는 한국 안보에 치명적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지난 30년간 우리 무역 흑자의 90%는 중국 교육에서 나왔습니다. 상황을 과잉 해석해서도 안 되고, 우리가 상황악화 요인이 돼서도 안 될 것입니다.

김태효 "미국의 대중 봉쇄, 중국이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블링컨 "미중 경쟁, 명확한 결승선 없다"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국 대외전략의 선택지가 시험에 올랐다. 지난 5년 사이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은 마치 과거 소련에 했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 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히 잘 지내면서 모호한 외교를 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중 핵심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21년 여름에 쓴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 논문에서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미중 간 경쟁은, 이 방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일생 동안에도 명확한 결승선(finish line)은 없다. 다만, 우리는 고강도 경쟁이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28일, 미국 외교를 이끌고 있는 토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이 그 자신이회원이기도 한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대담에서 한 말입니다. 김태효 차장의 인식과 전망을 부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미동맹 발전과 한중협력 강화’는 국민적 합의입니다. 역대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고 국민 대부분이 동의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완전한 분리) 일변도가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관리, 위험 분산)과 다각화(diversification)’로 방향을 정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움직일 공간도 열린 것입니다.
 
전쟁을 중단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당장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통찰을 깊게 새겨야 할 때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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