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툰작가의 발달장애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직위해제 되었던 특수교사가 복직되었다고 합니다. 경기도교육감은 이 사실을 발표하며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건이 교사 한 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에 그만큼 중대하단 뜻을 담아서 한 발언이었지요.
해직 처리되었던 교사에게 안타까움을 느꼈던 터라 소식을 듣고 안도감이 들었던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 의아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안의 해결이 생각 이상으로 간단했기 때문이지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은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만약 교육감의 조치가 없었더라면 해당 교사는 그대로 직위해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같은 의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유사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면?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의 학대가 진짜로 발생한다면? 이때 학생이나 학부모의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만약 학생이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처우에 놓인다면? 그때도 여전히 학부모는 악성 민원인이자 가해자, 교사는 순수한 피해자의 구도에 머물러 있을까요? 그와 같은 사안에서 문제의 해결은 누가 어떻게 하게 될까요?
특수교사의 복직을 반대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옳다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의 편을 들고자 함도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다시 가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모든 것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 불안감이 드는 것이지요. 우선 교육감에게 직위해제된 교사를 임의로 복직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과 여론의 흐름에 의해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부터가 시스템의 부재를 의미하니까요.
모든 집단은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개인들이 모여 살면서 충돌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정교한 규칙과 합의된 질서가 필수죠. 거꾸로 말하면 그러한 규칙과 질서가 없다면 집단은 아주 쉽게 와해되고 붕괴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집단은 구성원을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몹니다. 타인을 믿을 수 없고 시스템도 미덥지 못할 때, 의지할 것은 자기 자신뿐이니까요.
스스로 구원해야 하는 개인들은 그렇게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인 법에 의지하게 됩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녹음을 하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여론전에 매달리고요. 이번에 이슈가 된 웹툰작가 사건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요즘 들어 공동체는 무너지고 사회가 점차 각박해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시스템의 부재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 일어난 굵직한 비극과 참사가 모두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상황을 통솔하는 이는 없고, 책임이 불분명한 가운데 명확한 권한을 지닌 사람도 부재하며, 조직 구성원들은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고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해하다가 정작 한시가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뒷전으로 미루게 되고, 각자 알아서 자잘하게 방어할 수 있었던 사고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얼마 전 발생한 서이초 교사의 비극부터 지난달의 ‘오송 참사’, 그리고 지난해의 10.29 참사, 그보다 더 거슬러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비극 이후에도 달라지는 바가 없으니, 요즘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세월호처럼 느껴집니다.
한승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