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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근로자, 직업인입니다
입력 : 2023-08-02 오후 5:33:08
처음 독립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집이 생각보다 빨리, 쉽게 지저분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끼니마다 어떤 식단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퇴근하고 나면 빨래를 돌려야지',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자야지'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 날도 수두룩합니다.
 
결국 미루고 미루던 집안일을 주말에 몰아서 하다보면 집안일이 결고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무거운 이불빨래를 들고 무인세탁소에 갈 때마다 '집에서 살 때가 좋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밥은 밥솥이 해준다지만 옷을 정리해 세탁기에 넣는 것도, 쌀을 씻어 안치는 것도 사람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나름 집안일에 동참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다. 동시에 일과 살림, 육아까지 동시에 하는 '워킹맘' 선배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깨달았고요.
 
집에서 살림을 전담하는 이들을 두고 '배우자의 돈으로 논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난 결혼하면 와이프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고 싶다'며 농담을 시도하는 일부 남성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집안일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집안일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으니 '가사근로자'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박히지 않은 겁니다.
 
이에 이들을 지칭하는 '가사관리사'라는 새로운 명칭이 나왔습니다. 가사노동의 전문성을 반영하고 업계 종사자들의 자신감을 고취하기 위해섭니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을 폄하하는 호칭이 달갑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엄연한 명칭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줌마', '이모님'이란 말 대신 '가사관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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