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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칼부림 전철역에 있었다면
입력 : 2023-08-04 오전 11:33:15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서현역. 사진=연합뉴스
 
만약 당신이 칼부림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가 피해 당사자가 됐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운이 없었다. 왜 하필하고 억울한 심정일까요?
 
필자는 분노할 것입니다. 피의자는 물론 사회를 향해서도 분노하겠습니다. 그것은 정당한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사태를 만든 것은 사회니까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개인 선택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듯이 칼부림도 현상입니다. 둘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칼부림 때문에 아이를 못낳습니다. 칼부림은 소위 사회갈등, 치안, 부동산, 사교육 등과 연결됩니다.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있은 후 또다른 살인 예고 글들이 온라인상에 줄줄이 올라왔다 삭제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살인 예고 장소가 지하철역이란 것입니다. 일례로 청와대나 국회, 경찰청 등지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지하철이란 대중이 모인 우범지역이고 그만큼 치안이 어렵기 때문이겠죠.
 
달리 표현하면 사회적 약자들이 많은 경로입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통학하는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사비로 경호인력을 고용하거나 운전사를 시켜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등의 재력은 없습니다. 보호받지 못한 무고한 시민들이 끔찍한 일을 당했단 소식에 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습니다. 고층빌딩이나 관공서엔 경호인력이 많은데 정작 사람이 많은 우범지역의 치안은 왜 그모양 그꼴일까요. 세금을 더 내고 덜낸 차이입니까?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어떨까요. 범죄 전까지는 그들도 사회적약자였을 법합니다. 감당하지 못할 빚을 졌거나 과거 정신 치료전력이나 범죄전력 등으로 취업하지 못하고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며 사회적 궁지에 몰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사회생활을 어렵게 연명하는 것보다 수감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테죠. 괜히 양형에서 선처를 받아 풀려나는 게 더 악몽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흉악해집니다.
 
사형을 집행하라고요? 그건 어디까지나 사후 문제입니다. 빚을 못갚으면 장기매매로 몰리는 처지에선 종신형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 문제도 결국엔 인구감소 원인과 맞닿아 있습니다. 모 교수는 이런 표현도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자녀를 낳는 것은 아이큐가 두 자릿수라고요. 필자도 미친 것처럼 느껴집니다. 자녀에게 알아서 크라는 무책임한 부모가 아니라면 사회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부터 치안이 원인입니다. 부동산은 미친 듯이 뛰고 사교육 비용도 미친 듯이 뜁니다. 사회가 자녀를 보호하지 못하니 자비를 털어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하니까요. 그런 약자들, 부모들을 겨냥해 사회는 미친 듯이 값을 높여 부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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