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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IV 한정 소장판, 교환도 지옥같네
입력 : 2023-08-04 오후 3:29:03
최근 예기치 않게, 소비자 약 올리는 방법 하나를 몸소 배웠습니다. 바로 잘못 만든 새 책을 낡은 책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저는 지난달 8일 네이버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디아블로 IV 한정 소장판'을 주문했습니다. 이 소장판은 게임 본편 없이 기념품만 들어있는 상자입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인 '성역' 동부 지도와 붉은 양초, 양장본으로 만든 원화집(아트북) 등이 들어있습니다. 제품 정가는 15만9000원입니다. 
 
같은 달 11일 받은 소장판 구성품 가운데 양장본 아트북 뒷표지가 깊이 파여 있어, 다음날 네이버 블리자드 스토어 1대1 상담으로 제품 교환을 문의했습니다. 책만 따로 교환해주는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7월25일 집에 도착한 교환품을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책 표면 앞뒤로 긁힌 흔적이 광범위하게 늘어난 데다 수차례 폈다 접기를 반복한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새 책을 처음 펼 때와 낡은 책을 펼 때, 본문을 넘길 때의 느낌과 책 상태가 어떤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판매처가 전시상품이 의심되는 낡은 책을 보낸 겁니다.
 
디아블로 IV 한정 소장판 상자. 지옥문을 양쪽으로 열면 내용물이 나온다. (사진=이범종 기자)
 
앞서 디아블로 IV 유통 공식 파트너사 대원미디어는 지난 6월8~21일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디아블로 IV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대원미디어로부터 기만 당했다는 생각에 분해서 잠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 9시38분에 항의 글을 상담 메시지에 적어뒀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아블로4 한정 소장판 아트북 불량 교환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더 나빠져서 왔네요. 파인 자국이 앞뒤로 늘어났고, 책을 여러 번 펴본 흔적이 앞뒤로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책 펴보면 이게 새 책인지 여러 번 폈다 접은 중고품인지 압니다. 저 바보 아닙니다. 왜 이렇게 상태 나쁜 중고 책을 교환품으로 보내신 거죠? 제가 한 번 참고 재포장해 내놓겠습니다."
 
7분 뒤에는 처음에 썼다가 지운 말을 터뜨렸습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납니다. 나를 조롱하는 겁니까?"
 
잠 못 자는 상태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자, 결국 오전 2시23분 몇 마디를 보탰습니다.
 
"울화가 치밀어 잠이 안 옵니다. 새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응당 새 제품으로 바꿔줘야지, 아무리 봐도 전시상품으로 보이는 낡은 책을 보내다니. 대원미디어 제정신입니까? 평소에 이렇게 장사합니까? 아니면 나를 만만하게 대해도 되는, 돈 갖다 바치는 개돼지 소비자라고 판단해서 이딴 식으로 기만하는 겁니까?"
 
그날 오전 11시. 블리자드 브랜드 스토어 상담원이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상품 이용에 불편을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교환으로 받으신 상품이 더 불량 하자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만약 교환으로 진행하시게 되면 디아블로4 한정판 박스 전 제품 자체로 교환 진행하시게 됩니다."
 
저는 당연히 "전 제품 교환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새 제품(아트북) 하자로 어제 아트북만 교환 받았는데, 대원미디어가 전시상품으로 보이는 낡은 책을 보내서 황당하고 화가 납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저지르지 않을 일이 어째서 대원미디어에서 벌어졌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디아블로4 한정판 박스 전 제품 자체 교환 진행을 해주세요."
 
상담원은 문의 내용과 사진을 담당 부서에 전달한 뒤, 교환을 진행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구한 대원미디어의 해명은 없었습니다. "고객님 이용에 불편을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문의하신 내용 교환 접수했습니다" 이후 교환 진행 방법에 대한 설명뿐이었습니다.
 
새 책 파본을 낡은 책으로 바꿔 보낸 경위는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대원미디어의 소비자 기만은 지옥을 배경으로 하는 디아블로 기념품 교환마저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낡은 책을 보내보고 항의 없으면 넘어가려는 의도가 빤히 보여서, 대원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대원미디어는 2023년 1분기 영업이익 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 올랐는데, 그 돈은 소비자가 벌어다 준 것 아닙니까?
 
교환품은 이달 2일 도착했고, 확인 결과 다행히 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문제가 생길 경우, 대원미디어가 발뺌 혹은 조롱성 교환을 할까봐 택배 상자부터 상품 내용물 개봉까지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이 불쌍해보였습니다. 돈 내고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기만 가득한 가짜 교환으로 놀림 당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의 가치를 훼손하는 대원미디어를 앞으로도 파트너사로 선정해야 할지 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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