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중견기업들이 분위기 쇄신과 실적 개선을 위해 새로운 CEO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해외 사업등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문가를 영입해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를 타개하려는 분위깁니다.
8일 중견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김유진
한샘(009240) 신임 대표집행임원(
사진)이 취임했습니다. 이번 CEO 교체는 실적악화에 따른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2021년 IMM PE(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이후 한샘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당시 12만원대였던 주식을 IMM PE가 22만원대에 인수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매출 상승을 꾀했으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업황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김진표 전 대표는 실적과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기로 선언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지만 지난해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가 하면 1분기에도 157억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습니다.
김유진 신임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이자 한샘 최대주주인 IMM 오퍼레이션즈 본부장 입니다. 앞서,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맡으면서 회사를 흑자전환 시켰으며 할리스커피를 키워 성공적 매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에이블씨엔씨 당시 직원의 단행한 구조조정을 두고 일각에서 한샘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취임사에서 강조했습니다. 그는 "수익성 개선 없는 맹목적 매출 성장을 지양하고,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115390)도 지난달 초 CEO를 교체했습니다. 이재호 전임 대표이사가 취임한지 9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LG전자(066570)와
코웨이(021240) 등을 거치며 소비재와 렌털 사업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고 말았습니다. 천해우(
사진) 신임 대표는 20214년 베트남 호치민법인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사업부문장, 동남아영업총괄 등을 거쳤습니다.
락앤락은 2021년 최고실적을 기록했으나 1년여만에 영업이익이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중국시장의 부진이 실적 악화 원인으로 꼽힙니다. 락앤락이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장에서 지역맞춤형 전략 등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는 만큼 해외 영업통인 천해우 신임 대표가 해외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보일러 시장 2강 중 하나인 귀뚜라미 역시 지난달 새로운 CEO를
맞았습니다. '해외영업통'으로 알려진 김학수(
사진) 귀뚜라미 해외영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요. 김 대표이사는 대우전자 출신으로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지에서 30여년간 근무한 해외전문가로 대우전자 유럽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 귀뚜라미의 라이벌인 경동나비엔의 미국 법인장과 중국법인 총경리를 역임했습니다.
귀뚜라미의 CEO교체를 두고서는 해외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귀뚜라미가 속한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2억원으로 전년대비 23.5%나 증가했습니다.영업이익은 42.5% 늘었습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의 정체 속 글로벌로 눈을 돌려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한 결과입니다. 전체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이번 CEO 교체는 2세 경영이 자리잡을 때까지 안정적인 그룹 운영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CEO교체는 실적 악화뿐 아니라 후계구도와 내·외부 이슈 책임 등과도 연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