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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은경 혁신위의 착각, 노인은 ‘정치적 소수파’다
입력 : 2023-08-10 오전 6:00:00
지난 한 달 간,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설화였다. ‘여명비례 투표제’라고 불렸던 신박한 아이디어였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정치적 결정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발상이었다. 
 
보통선거권 확대 – 노동자 계급과 여성들의 투쟁 
 
이런 발상은 두 가지 점에서 부당하다. 첫째, 1인 1표와 보통선거권의 원리에 어긋난다. 세계정치사에서 1인 1표과 보통선거권은 숱한 논쟁과 처절한 투쟁을 통해 도입됐다. 논쟁의 핵심 전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못 배운’ 노동자계급에게 투표권을 줄지 여부였다. 다른 하나는,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줄지 여부였다. 
 
노동자계급에게도 투표권을 줄 경우, 적지 않은 지식인들은 어리석은 자들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는 중우(衆愚)정치와 다수에 의한 독재가 실시되는 인민주의 정치를 우려했다. 세계 지성사에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 《자유론》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과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한 토크 빌도 보통선거권을 반대했다. 왜? 중우정치와 인민주의 정치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투표권 확대는 의회주의와 산업혁명이 태동한 영국에서 시작됐다. 1832년 1차 선거법 개정은 부르조아 중산층에게 투표권을 확대했다. 1867년 2차, 1884년 3차 선거법 개정은 남성 노동자계급에게도 투표권을 줬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투표권을 안 줬다. 20세기 초부터는 여성들의 참정권 쟁취투쟁이 벌어진다. 메릴 스트립 등의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당시 여성들의 투쟁을 잘 다루고 있다. 1918년 4차 선거법 개정을 통해 드디어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적용된다. 
 
둘째, 여명 투표제의 발상은 노인 유권자에 대한 어떤 불만이 담겨 있다. 불만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정치적 보수성에 대한 불만이다.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미래를 나이 먹은 사람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까맣게 착각하는게 있다. 노인은 ‘정치적 다수파’가 아니다. 노인들은 ‘정치적 소수파’ 집단이다. 노인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간주하자. 
 
연령을 기준으로 유권자를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눠보자. ①2030세대 ②4050세대 ③6070이상 세대. 이들의 비중은 각각 얼마나 될까? 먼저, ③6070이상 세대의 유권자 비중은 얼마나 될까? 주변에 물어보면, 국회의원들과 현직 정치부 기자들도 모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어떤 사람은 50%쯤으로 답변한다. 
 
4050세대는 6070이상 세대보다 더 많다. 
 
정답을 알아보자. 2022년 대선 기준, ①2030세대 비중은 32%였다. ②4050세대는 38%였다. ③6070이상 세대는 30%였다. 관전 포인트는 18세 이상을 포함한 2030세대 비중이 6070이상 세대보다 2%p 더 많다. 게다가 4050세대는 6070이상 세대에 비해 8%p 더 많다. 
 
60세 이상 노인 집단은 전체 유권자의 30%에 불과하다. 전체 유권자의 70%는 ‘노인이 아닌’ 사람들이다. 노인이 ‘정치적 다수파’라는 발상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는 ‘남탓의 정치학’이 횡행한다. 여명 비례투표제 발상은, 애초부터 ‘남탓의 정치학’의 변종에 불과했다. 혁신위도 혁신 대상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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