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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방문진 이사 속전속결 추천·임명…"공영방송 장악 몰두"
방통위, 야권 위원 없이 2인으로 임명안 가결
입력 : 2023-08-09 오후 4:39:01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는 안과 차기환 변호사를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해임 절차도 진행 중인데,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임명 전 KBS와 방문진 이사진을 교체해 윤석열정부가 방송 장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날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7차 위원회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참석했고, 야당 추천인 김현 위원은 불참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여권 추천의 김 직무대행과 이 위원, 야권 추천의 김 위원 3인 체제인데, 2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 위원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 안건은 48시간 전에 각 위원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이를 알리지 않았다"라며 "일언반구도 없이 보고 절차를 생략한 채 의결안건을 상정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제아무리 임기가 촉박하다고 해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고한다"라며 "오늘 방문진 이사 2명의 해임절차는 원점에서 다시 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위원회 결과에 따라 차 변호사는 방문진 이사로 바로 임명되고, 서 전 재판관은 대통령이 추후 임명하게 됩니다. 이들의 합류로 KBS 이사회와 방문진 내 여야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는데요. KBS 이사회는 총 11명 중 여권 인사 4명, 야권 인사 7명이었는데 윤석년 전 이사가 지난달 해임됐고, 청문회를 앞둔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 후 여권 인사가 공석을 채우면 여야 구도가 6대 5로 바뀌게 됩니다. 
 
방문진은 총 9명 중 여권 인사 3명, 야권 인사 6명인데 여권 인사인 임정환 전 이사가 지난 7일 자진 사퇴했고, 현재 방통위가 야권 인사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의 해임 절차를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두 이사가 해임되고 여권 인사를 앉히면 방문진 내 여야 구성은 5대4가 됩니다.
 
이를 두고 윤석열정부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재편해 본격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통위는 지난달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데 이어 남 이사장과 권 이사장의 해임 절차도 강행하고 있습니다. 또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기간 중 방통위가 현장 검사·감독을 실시하는 등 김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전 공영방송 재편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KBS와 방문진 이사 1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부가 이사 해임과 사장 교체 등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에 몰두하고 있다며 해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사들은 "윤석열정부의 KBS, MBC 장악 공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며 "방통위는 최소한의 법적 절차나 근거도 없이 해임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사들을 해임하고 자신들의 뜻에 맞는 이사들로 빈자리를 채우면 정부가 구실을 만들어 KBS와 MBC 사장을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5인 체제 합의제 행정기관 방통위에서 단 둘이 모여 성원을 선포하고 안건을 의결하는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며 "이러한 직권남용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합의제 기관 포기 선언으로, 방통위원 2인 만으로 내린 결정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위법한 KBS, MBC 방문진 이사 해임과 보궐 인사를 중단하라"며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공영방송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습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KBS·MBC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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