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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ETF 베끼기 관행 손질…업계 설왕설래
우선적 사용권 보호 강화…선점효과 부여
입력 : 2023-08-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인기를 얻는 특정 테마 상장지수펀드(ETF)가 연달아 출시되면서 상품 베끼기가 이슈가 되자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업계의 반응은 뚜렷하게 나뉩니다. 대형사들은 혁신적인 상품 공급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지나친 규제가 대형사들의 과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수증권(ETP)를 발행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한국거래소가 요청한 혁신적 신상품의 우선적 사용권 제도 판단에 관한 의견서 제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날까지 제출해야 하는 의견서에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기관들 중 배타적 사용권 여부를 판단할 주체가 누가 적절한지와, 판단기준 등에 대한 문항이 담겨 있습니다. 이밖에도 각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예정입니다. 
 
아직 한국거래소는 이 의견서를 통해 자산운용사들과 증권사들의 의견을 수렴, 올해 안에 ETP 상품과 관련한 지수의 우선적 사용권 제도를 손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고질적인 신상품 베끼기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래도 ETF시장에서는 선점효과가 중요하다"면서 "남이 먼저 개발한 혁신성 있는 ETF를 타사들이 베끼지 못하게 되면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대형사들과 중소형사들의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 상태입니다. 대형사들은 거래소의 제도 개선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운용 총보수를 0.01%까지 낮출 정도로 과열된 경쟁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새 제도가 정착되면 먼저 출시한 ETF가 (일정기간)보호되고 불필요한 경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우선적 사용권 보호제도가 잘 보완될 경우 보다 혁신적인 상품이 공급될 수 있다"면서도 "신상품 개발에 따른 타사 상품의 상장 제한은 일정기간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인력이 많은 대형사들이 먼저 여러 배타적 상품을 개발해 놓으면 중소형사들로서는 테마성 상품을 출시할 기회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좋은 ETF는 보통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 신한 같은 큰 운용사에서 나올 텐데, (제약이 많아지면)후발주자인 중소형사들은 ETF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소형사가 ETF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곳은 액티브 ETF인데 이쪽도 규제가 많다"면서 "현실적으로 우선적 사용권 제도를 모든 운용사들에 똑같이 강화해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선 우선권 제도 개선으로 배타적 신상품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많습니다. 특정 상품이 그렇게 인정받으면 해당 상품의 구조나 구성종목을 살짝 바꿔서 다른 상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시에서는 특정 테마가 큰 인기몰이를 할 때마다 비슷한 구성종목을 기초지수로 삼은 상품들이 계속 출시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TF 베끼기 관행입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올해 4월 신한자산운용이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를 중심으로 담는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를 출시하자, 7월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구성종목이 비슷한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와 'TIGER 2차전지소재Fn'를 각각 출시했습니다. 
 
세 상품의 기초지수는 신한자산운용이 'FnGuide 2차전지 소부장 지수', 삼성자산운용은 'FnGuide 2차전지 핵심소재10 지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FnGuide 2차전지 소재 지수'를 기초지수로 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ETF를 구성하는 주요 종목이 대부분 겹칩니다. 신한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성종목은 1~10위까지 동일합니다. 삼성자산운용의 구성 종목은 두 회사와 상위 10개 중 8개가 같아 큰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엔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로 수급이 분산되자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연이어 바이오 관련 ETF를 상장하거나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ETF 출시에 필요한 여건이 부족해 신상품 출시가 더욱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ETF 시장을 선점한 대형사들 사이에서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전경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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