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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
입력 : 2023-08-10 오후 7:33:33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죠.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아주 익숙한 속담입니다. 
 
말 한마디의 영향력이 큰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겠죠. 지금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세상에 퍼지게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조기 철수와 관련해 브리핑에서 했던 말은 매우 아쉽습니다. 
 
김 장관은 당시 잼버리 대회 조기 철수가 부산 엑스포를 비롯한 국제 행사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장관은 "지금은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부산 엑스포에 대해서 (위기대응)부분이 잘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태풍 카눈에 의한 비상 대피 브리핑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가부가 주무부처인 이번 잼버리 파행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반박하고 싶었던 걸까요. 지적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쿨한 태도로 '우리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는 답변을 내놓아 모두를 당황하게 했는데요. 
 
조직위에서도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세계 잼버리가 여타 국제 행사 개최에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여가부의 역량 부족으로 국제 행사가 파행으로 치달았는데, '현재의 위기를 잘 해결중이니 걱정말라'는 식의 답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잼버리 대회는 조기 철수가 결정된 이후 서울시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대원들의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대원들은 SK텔레콤의 을지로 본사 미래기술체험관에서 가상현실, 증강현실로 구성된 '티움'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현대차그룹이 준비한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 모터스튜디오 견학,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웰컴 투 서울 댄스 나이트' 행사 참여 등 다양한 일정에 참여중입니다.
 
지자체와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해 스카우트 대원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 점은 정말 다행이지만, 이를 두고 여가부가 우리의 위기대응 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져야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김 장관은 어제(9일)도 브리핑을 통해 잼버리 대회 운영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새만금에서 매일 해온 일일브리핑을 돌연 취소한 것입니다. 
 
김 장관은 오늘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이번 잼버리는 마지막 행사는 물론, 대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주목 받을 것입니다. 이 상황을 전하는 김 장관의 말 한마디에도 모두 주목하고 있겠죠. 책임자의 말 한마디에 더욱 신중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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