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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삼성만 믿는 켐트로닉스…선제적 투자에 재무부담 '가중'
1분기 화학사업 98억원 적자…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 수요 침체 원인
입력 : 2023-08-1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8:2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인 켐트로닉스(089010)가 재무안정성 회복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에 맞춰 선제적 투자에 나서며 자본적지출(CAPEX), 차입 부담 등이 확대된 탓이다. 투자를 단행한 만큼 수익성 회복이 관건인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한숨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켐트로닉스는 올해 1분기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1년 6.8%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6%까지 떨어졌는데, 올해는 적자로 시작하게 됐다. 켐트로닉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만드는 애플향 OLED 식각공정(유리기판을 얇게 만들어 패널을 완성하는 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CAPEX 부담까지 늘어나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다 보니 차입 부담도 늘어났다. 켐트로닉스는 올해 2번에 걸쳐 OLED 식각 관련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IT OLE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켐트로닉스도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고객사들의 IT용 OLED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객사 물량에 대응하기까지 버틸 체력이 필요한 셈인데, 지난 4월 RCPS 3자 배정 증자를 통해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을 조달하며 재무부담을 덜어내려 하는 모습이다.
 
 
적자로 돌아선 화학사업…현금창출력 약화
 
켐트로닉스의 사업부는 전자, 화학, 태양광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전자사업 60.6%, 화학사업 39.2%, 태양광사업 0.2%로 이루어져 있다.
 
켐트로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화학사업에서 98억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화학사업 매출은 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 감소했다. 화학사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폴리머와 페인트 원재료 등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 식각 사업도 화학사업에 포함돼 있다.
 
화학사업 부진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전방산업 수요 침체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마진 반도체용 제품 비중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업용 제품 비중이 6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29.5%에서 올해 1분기 35.1%까지 확대됐다.
 
상각 전 이익(EBITDA)은 2021년 659억원에서 지난해 552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1분기는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9% 감소하며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늘어나는 CAPEX…1분기 부채비율 229.6%로 재무안정성 저하
 
문제는 지난해부터 CAPEX 부담이 늘어나면서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켐트로닉스는 지난해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에 사용 가능한 프로필렌글리콜모노메틸에테르(PGMEA) 시설 투자를 집행, CAPEX가 680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1분기 CAPEX는 98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6세대 OLED용 식각 설비와 공장 건설에 총 401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 중 약 200억원은 산업은행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PEX 부담 증가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빠져나간 잉여현금흐름은 81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585억원인데,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2025억원으로 유동성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29.6%, 유동비율은 89.0%로 재무안정성도 저하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이자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2021년 56억원에서 지난해 86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는 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9% 확대됐다. 이자가 늘어난 만큼 영업이익이나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자 부담도 늘어나는 판국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재무체력 관건…RCPS로 한숨 돌려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켐트로닉스가 차입금을 조달하면서까지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OLED 밸류체인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은 내년 IT OLED를 아이패드와 맥북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 OLED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26년까지 IT용 8.6세대 OLED 라인 구축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IT OLED는 기존 리지드(Rigid)와 플렉서블(Flexible) OLED를 결합한 개념으로, Flexible OLED에서는 유리를 사용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Hybrid) OLED에는 유리가 다시 탑재된다. 켐트로닉스가 서둘러 식각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켐트로닉스에 따르면 8세대와 6세대는 같은 공법을 이용한다. 후공정을 단축시키면서 곧바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이 가능하고, 사실상 경쟁사도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세대 식각 양산 예상 시점은 2024년 초부터다. 초고순도 PGMEA는 전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GMEA는 2차 설비투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6세대 식각이 양산되기 전까지 재무체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켐트로닉스는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숨 돌렸다. 이 중 250억원은 PGMEA 시설투자, 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투입된 것으로 확인된다.
 
재무구조를 크게 바꿀 수는 없는 금액이지만, RCPS 상환권을 켐트로닉스가 갖도록 설정하면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편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도 없어 가치가 하락해도 신주를 늘리지 않아도 돼 지배력 약화 우려도 덜어냈다.
 
<IB토마토>는 켐트로닉스 측에 차입금 상환 방법, 수익성 개선 등에 대해 질문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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