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근 SK와 한화 등 대기업집단의 소규모 인수합병(M&A) 투자가 활발합니다. 재작년과 작년 상반기까지 유동성 호황기의 빅딜엔 못미치지만 신성장동력을 물색하는 스몰딜이 빈번해졌습니다. 금리 인상, 증시 하락 등 투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졌지만 신사업 경쟁 대열에서 각 그룹이 전략투자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유동성 호황기 비대면·바이오에 집중됐던 투자 분야도 전기차 배터리와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해 다양해졌습니다. 이들 분야는 증시에서 인기가 있어, 그룹들이 M&A 투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합니다.
M&A 마법사 대열에 최태원-김승연 각축
16일 각 그룹에 따르면 바이오 관련 계열사 상장부터 재계 자산순위 2위 달성까지 투자전문 지주체제로 바꾼 뒤 M&A 시장을 주도해왔던 SK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지난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벡스 지분 6.45%를 취득했습니다. 투자금은 1102억원입니다. 이번 투자는 “바이오 백신 기술 개발 등 장기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SK는 설명했습니다.
SK리츠는 손자회사인 클린인더스트리얼리츠(SK리츠운용 종속회사) 주식을 취득하기로 해 종속회사로 편입합니다. 예정일은 오는 9월12일입니다. 클린인더스트리얼리츠는 SK하이닉스로부터 수처리센터를 매입하기로 했는데 관련 매매대금 약 1조1203억원을 조달하는 목적입니다. 수처리사업을 별도 분리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수처리사업은 친환경 분야로 ESG 신성장동력에 부합합니다.
SK네트웍스는 또 엔코아 지분 88.47%를 885억원에 인수해 데이터관리 컨설팅 및 솔루션 사업에 진출합니다. 오는 9월21일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또 SK바이오팜은 이달 31일 미국 자연과학 연구개발업체 프로테오방트 지분 60%를 620억원에 매입합니다. 이를 통해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확보합니다.
이달 27일 SKC는 아이에스시 지분 45%를 취득합니다. 5225억원을 들여 반도체테스트부품사업에 진출하는 내용입니다.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 사모펀드가 공동 매수자입니다. SKC는 취득 후 2년5개월이 지난 다음 1개월동안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후엔 사모펀드가 풋옵션 행사 권리를 갖게 돼 투자회수전략을 마련해 뒀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처럼 그룹 성장 전략으로 M&A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M&A 강자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존재감이 여전합니다. 김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성향은 김동관 부회장 등 아들 대까지 이어집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편입한 데 이어 최근 로봇사업 투자에도 나섰습니다. 한화가 협동로봇 및 무인반송장치 관련 사업을 떼어내 별도 회사로 설립합니다. 신규 법인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합작 투자하는 형태입니다. 한화는 로봇사업 자산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 68%를 확보하게 되며 주식 취득일은 10월6일입니다. 현물출자 감정평가액은 약 424억원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퓨처프루프 유상증자에 6557억원 참여합니다. 유상증자는 미국 내 우수 자산 및 회사 투자 건에 참여하는 목적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만 10월30일로 예정돼 있던 출자일정을 내년 6월28일로 미뤘습니다. 이밖에도 한화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위한 신안우이해상풍력과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 사업 추진을 위해 기계 및 장비 도매업을 하는 알이100솔라팩토리1호를 지난 5월 설립한 바 있습니다.
유망 신사업 너무 많아 스몰딜 붐
이처럼 친환경, 디지털 분야 유망사업이 많아져 그룹들이 스몰딜 위주로 첫발을 들입니다. 근래 LG그룹도 LG유플러스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합작법인(250억원 투자, 50% 지분 확보)을 설립하기 위한 당국 승인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합작법인은 LG유플러스가 50%+1주를 취득해 종속회사로 편입됩니다. 또 LG는 폐목재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업체 티더블유바이오매스에너지를 만들었습니다.
LS는 엘앤에프와 전기차 배터리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LS가 1678억원을 투자해 5%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주식취득예정일자는 회사간 협의 및 관계기관 승인절차가 필요해 아직 미정입니다. LS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엘에스영종스카이솔라를 신설하고 전기버스 충전사업체인 에스이모빌리티를 인수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는 유동성 확대 등에 따라 이례적으로 실적이 급증했던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보다는 비록 낮았으나 2019년부터 2020년 상반기 수준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투자액도 비대면, 바이오 등에서 업종별 투자 편중이 완화됐습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상 전기기계장비 투자금액이 66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95억원(9.8%) 증가했습니다. 또 ICT 제조 분야가 5156억원으로 역시 336억원(7.0%) 늘어나 최근 각광받는 배터리, AI 등의 인기가 반영된 듯 비칩니다.
하반기엔 벤처투자촉진법이 개정돼 M&A 시장이 한층 탄력받게 됐습니다. 오는 12월21일 시행예정인 관련 법은 조건부지분전환계약 투자가 신설됐습니다. 기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관련 사채와 비슷하게 채권의 주식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데 투자 시 전환가액을 정하지 않고 투자 실행 후 산정된 기업가치평가에 연동해 전환가액이 정해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근래 주식 관련 사채 발행이 활발한 와중에 투자 전략수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활용사례가 늘어날지 주목됩니다.
민보미 민보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역동적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고금리 등으로 위축된 벤처 투자 심리가 민간 자본 유입으로 확대되고 더 역동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