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현 정부에 비판적인 야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정부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했는데, 이번에는 이들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겁니다. 사실상 '반공주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회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해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국가세력'을 또다시 언급, 이들을 향해 작심한 듯 날을 세웠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응조치 없는 담대한 구상…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로 '변질'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전임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10일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유엔사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도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과 연계해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때 많은 시간을 들이며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만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북한의 안전 보장과 당국 회담, 단계별 경제 협력 방안 등 구체적 제안 내용은 전무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강화를 앞세우는 등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사실상 담대한 구상의 폐기를 알리는 선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