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어닝쇼크'에도 식음료업계 오너 보수 ‘급증’
ESG 경영 위배 지적
입력 : 2023-08-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유태영 기자]  주요 식음료 업체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오너 일가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은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SG 경영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이 높은 보수를 받아가는 것은 'ESG경영'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롯데칠성·오리온 등 보수지급액↑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에게 작년보다 3억원 가량 더 높은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미등기임원인 박 회장은 작년 상반기 하이트진로에서 44억710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올 상반기엔 47억5300만원을 받아갔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 상반기에 지급된 상여와 급여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06억131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0% 감소했습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롯데칠성음료도 신동빈 회장에게 지급한 보수금액이 약 2배 증가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 상반기 사내이사인 신동빈 회장에게 10억70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지급한 보수는 5억4500만원으로 1년새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84억57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1% 감소했습니다. 
 
견조한 실적으로 기록한 오리온도 오너 일가의 보수를 작년보다 많이 지급했습니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6.6% 성장했습니다.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미등기임원인 담철곤회장은 오리온에서 14억3100만원, 오리온홀딩스에서 7억3700만원을 받았습니다. 역시 미등기임원인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에서 11억1300만원, 오리온홀딩스에서 5억7300만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담 회장은 오리온에서 6억6600만원, 이 부회장은 5억18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7월에 귀속돼 연간 사업보고서에 합산 기재했던 상반기 상여금이 올해부터 6월에 귀속돼 반기 보고서에 나뉘어 기재됐다"면서 "작년 상반기 보수와 비교했을때 2배 가량 뛴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라고 설명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모두 18억2000만원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올 상반기 매출 8조8314억원과 영업이익 38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0.9%, 49.1% 하락했습니다. CJ제일제당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30만9500원으로 1년전 주가(41만8500원) 대비 약 25% 하락했습니다. 
 
CJ 측은 보고서에서 "이사회 승인을 받은 임원규칙에 따라 임원 직위별 연봉 범위 테이블을 기준으로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 KPI 평가등급별 연봉 조정률과 승진 여부, 역할 책임의 크기,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본연봉을 총 36억 4000만원으로 결정했다"며 "이를 13분할하여 매월 2억8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작년과 동일하게 명시했습니다.
  
급여 짠 업계서 10억 수령 ‘눈살’…ESG 경영에도 위배
 
식음료 업계의 실적과 무관하게 10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이 속속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과연 온당하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 산업군 중 유통 업계는 전반적으로 급여가 낮기로 유명한데요, 이 중에서도 식음료 기업들은 더 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 업체의 난립이 심하고 저연차 직원들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죠.
 
이렇듯 식음료 업계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의 평균 연봉 테이블이 낮은 만큼, 임원들이 다른 산업군과 같은 10억원을 수령한다 해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임원 고액 연봉 수령자들 중 CJ그룹, 오리온과 같이 미등기임원이 포함된 기업들이 적지 않은 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대목입니다.
 
미등기임원은 통상적으로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등기임원이 합당한 이유 없이 고액 연봉을 받는다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죠.
 
이 같은 미등기임원의 행태는 최근 기업이 강조하고 나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음료 업계 미등기임원의 고액 연봉 수령의 경우 물론 사내 규정 및 적법한 절차를 통해 책정됐겠지만, 기업들이 ESG 경영이나 준법정신을 강하게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어폐가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미등기이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주요 사업을 어떠한 방식으로 주도적으로 풀어나갔는지 등 확실한 당위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고액 연봉은 받되 책임 경영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는 ESG가 강조하는 지배구조 상의 투명성이나 공정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충범·유태영 기자 ty@etomato.com
유태영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