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에 또다시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추진을 재차 용인한 셈입니다.
일본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한미 양국 모두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당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르면 오는 22일 예정된 각료 회의에서 방류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일 회담서 빠진 오염수 방류…윤 대통령 또 '용인'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의제로 다뤄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한미일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과 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언급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일) 3국 국민과 모든 인류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염수는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과정을 통해 처리돼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IAEA 계획대로 (오염수가) 처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추진에 대해 직접적인 반대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인정한 겁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염수 방류 점검 모니터링에 한국 측의 전문가 참여를 기시다 총리에게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개선, 한미일 협력이 안보와 경제 발전에 중요하다는 데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일 회담에 오른 오염수…방류 시기 22일 최종결정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선 오염수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됐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미일 정상회담 보도자료에서 "기시다 총리가 미국 측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에 관한 일본의 대응에 지지와 이해를 표명해 준데 감사를 표했다"며 "두 정상은 ALPS 처리수와 관련해 가짜 정보의 확산 방지 협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습니다. 미일 정상 간 '미국의 오염수 방류 지지', '오염수 관련 가짜뉴스 공동대처' 등의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가운데 미국 역시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개시 계획은 더욱 탄력이 붙게 됐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기를 오는 22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20일), 어민들 면담(21일), 관계 각료 회의(22일) 일정을 통해 방류 시기 결정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8월 말이 유력합니다.
문제는 싸늘한 국민 여론입니다. 지난 11일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이하 8월7일~10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0%는 윤 대통령이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해양 방류 반대 또는 철저한 재검증을 위한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이 '오염수 방류 반대 또는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응답한 겁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