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지난 20일 삿포로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오려던
진에어(272450) 항공기가 22시간 지연된 배경이 과거 엔진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이력이 있는 PW4000 계열 엔진의 부품 결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각에서는 PW4000 계열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에서 잇따른 결함이 발생하자 보다 정교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낮 12시 승객 362명을 태우고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예정이던 진에어 B777-200(LJ232편) 엔진 연료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300여명이 현지 공항에 22시간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부품 결함이 발견된 엔진은 미국 항공기 엔진 제작회사인 프랫앤드휘트니(PW) 사의 4000계열인 ‘PW4090’으로 파악됐습니다. 다행히 결함이 발견된 부품은 20일 23시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진에어 B737-8에 탑승한 정비사가 일본 현지에서 교체를 완료해 다음 날 오전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국내항공사 한 기장은 “엔진 연료 계통 문제로 부품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으며, 해당 여객기는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부터 나리타 등으로 정상 운항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에어의 B777-200. (사진=진에어)
2021년 미연방항공청, ‘엔진 사고’ PW4000 계열 탑재한 B777 운항 중단 명령
삿포로에 발이 묶인 362명에서 180여명은 21일 새벽에 대체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우선 도착했고, 나머지 120여명도 같은 날 오전 9시30분경 인천에서 출발한 진에어 B737-8을 타고 귀국했습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엔진 부품 결함으로 지연이 발생했고 해당 여객기는 부품 교환을 완료해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22시간 지연 사유는 엔진 부품에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엔진은 PW4090으로 지난 2021년 엔진 사고를 일으킨 PW4000 계열이기도 합니다.
지난 2021년 2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B777-200은 덴버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오른쪽 엔진(PW4077)에서 화재가 발생해 덮개 등이 인근 주택가에 떨어져 피해를 끼쳤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 사고로 미연방항공청(FAA)은 PW4000 계열 엔진을 장착한 전 세계 B777-200 항공기에 대해 운항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FAA의 특별점검 요구로 국토교통부는 3곳 항공사에 FAA 조치에 따라 항공기 감항성(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결함 등에 대해 개선을 명령했습니다.
‘엔진 사고’로 운항이 1년가량 중단됐다가 FAA의 보안책이 마련된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PW4000 계열 엔진을 탑재한 B777의 재운항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PW4000 계열을 탑재한 대한항공의 A330-200 엔진에서 불꽃이 튀는 등 또 PW4000 계열 엔진에 이상 결함이 발생하면서 사고 엔진 이력을 가진 PW4000 계열에 대한 점검을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7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에서 이상 결함이 발생해 이륙 4시간 만에 인근 공항인 아제르바이젠 바쿠공항에 비상착륙한 여객기 엔진도 PW4170으로 PW사의 4000 계열이었습니다. 당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날개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항공 사고가 재발해서 발생한다면 큰 위험이 오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 조사를 파악한 다음에 운항을 해야한다"며 "사고 이력이 있는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에서 결함이 발생한다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기에 좀 더 면밀한 조사를 한 다음 운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진에어는 393석의 대형기 B777-200 4대를 운용 중인데 지난 4월 인천공항 주기장에서 진에어 여객기(LJ205편)와 지상에서 조업하던 기내식 운반차량이 충돌해 해당 여객기가 수리에 들어가며 3대만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진에어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