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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칼날 위
입력 : 2023-08-25 오후 6:34:07
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혼란 속에 업무를 종료했습니다. 지난 23일 5기 방통위를 마지막까지 이끌어온 김효재 전 방통위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현 전 상임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사실상 5기 방통위 기간이 끝났고, 오늘(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임명되면서 6기 방통위도 시작됐습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임기를 종료하며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책무와 역할을 재정비하는 논의를 시작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하는 한편 임기 마지막 화합하는 방통위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5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면직 이후 김 전 부위원장과 김 전 위원, 이상인 위원 3인 체제에서 여야가 대립해온 상황을 두고 하는 말로 보입니다. 
 
그는 퇴임사에서 방통위에 근무하는 동안 "서릿발 칼 날진 그 위에 서 있는 느낌으로, 그 각오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40여년 간 언론인으로 시작해 국회의원, 대통령 보좌 등 공직을 거쳤지만 방통위에서의 결정 만큼 어떤 완충 장치 없이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국민 생활을 규율했던 경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방통위가 결정하는 하나 하나의 무게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김 전 부위원장이 언급한 방통위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시행령 한 줄의 글귀가 능동태인지 수동태인지, 주어가 누구인지 어느 곳을 형용하는지에 따라 법 집행 시 잘못이 있음을 나라가 밝혀야 하는지, 아니면 사업자가 입증해야 되는지 갈라지는 일들"이 바로 방통위의 업무라고 말했습니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 방송의 독립성,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입니다.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 대한 방송 정책, 방송통신사업자에 대한 조사와 제재, 방송광고,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프로그램 편성과 평가정책, 미디어 다양성 등 넓은 범위에서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방통위가 정한 하나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력도 클 것이고요. 
 
5기 방통위에 대한 평가, 졸속 개정 논란 등을 모두 차치하고, 사람은 바뀌지만 위원회의 역할은 계속됩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은 더 커질 테고요. 새로 출범하는 방통위도 이 무게를 느껴야 할 것입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제 역할에 집중하는 방통위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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