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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 '국민연금 마음대로'
구현모 '반대'했던 국민연금…김영섭 대표 '찬성' 입장
입력 : 2023-08-28 오후 6:14:27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KT(030200)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T의 김영섭 대표 선임에 대해 최근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KT가 대표 선임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임시주주총회만 남겨둔 가운데 국민연금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김 대표 선임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KT의 경영 공백 장기화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촉발됐는데요. 국민연금의 입김에 대표 후보자가 연달아 사퇴하는 등 외풍을 겪은 이후,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대표 선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1월 구 전 대표는 연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구 전 대표는 이사회 운영규정 중 '연임 우선심사 제도'에 따라 KT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사회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연임 적합 평가를 내리면 이사회는 구 전 대표를 후보로 단독 추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할 수 있었지만, 국민연금으로부터 '셀프연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구 전 대표는 역으로 경선을 요청했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행복연금관 연금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소유분산기업은 KT,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거나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을 말합니다. 
 
구 전 대표의 경선 제안에 KT는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사외이사 14명, 사내 후보자 13명을 대상으로 7차례의 심사 과정을 통해 구 전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정했습니다. 회사측은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기는 데 일조한 점과 주가를 올리며 기업 가치를 높인 점,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 등의 성과를 높게 평가해 구 전 대표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KT가 경선에서 구 전 대표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는 결과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완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에 힘을 실었습니다. 
 
결국 KT는 지난 2월 CEO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를 뽑고, 앞선 공모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됐던 구 전 대표도 공개 경쟁에 참여했습니다. 무려 세 번째 경선을 치른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 전 대표가 결국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고 중도 사퇴했습니다. 구 전 대표의 임기는 3월31일까지였는데 이 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습니다. 
 
KT의 세 번째 경선도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KT는 최종 CEO 후보로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확정했는데, 여권에서 KT가 내부 출신 전·현직 임원을 차기 CEO 후보로 두고 선정했다며 반발한 것입니다. 여당에서는 KT의 경선을 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만의 리그'라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결국 윤 전 사장도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자진사퇴를 선택했습니다. 이미 경영공백인 상황에서 차기 후보자마저 없어진 것입니다. KT는 지배구조를 재정비해 새 대표를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 (사진=뉴시스)
 
KT가 김영섭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맞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KT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구성된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를 구축,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하고 지난 6월 이사회에서 대표 선임 기준을 바꿨습니다. 이후 7월 초 대표이사 공개 모집과 추천을 통한 후보 공모 과정을 거쳐 지난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입니다. 
 
KT에 대한 외풍에는 구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 전 대표는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일감 몰아주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만큼 연임을 적극 지지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을 이유로 특정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을 노골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신설하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를 두고도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선임 과정에 정권의 입김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25일 김 대표를 선임하는 이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결정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KT가 이미 대표 공모 절차와 선임 기준을 개정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만큼 국민연금이 또 다시 반기를 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오는 30일 KT의 임시주총에서는 △김영섭 대표이사 선임의 건 △서창석 사내이사 선임의 건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한편 김 대표 선임에 대해 KT노조와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가 찬성표를 던졌고,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KT는 김 대표는 임시주총에서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 바뀐 정관에 따라 KT의 대표 선임은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을 받으면 통과됩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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