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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29일 15: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삼성전자(005930) 현금성자산이 4년 만에 1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부진한 실적에 비해 자본적 투자(CAPEX) 규모가 늘어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오히려 연구개발비 및 CAPEX 확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자회사에서 차입금이나 배당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최신 제품인 HBM3E 고객사를 확보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이은 실적 부진에…줄어드는 현금 곳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123조7510억원, 영업이익 1조30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20.2%, 95.4%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06%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15.2%에서 2021년 18.47%로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14.35%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해도 연구개발비 및 CAPEX를 확대하고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에 포함되는 연구개발비는 2019년 20.2조원, 2020년 21.2조원, 2021년 22.6조원, 2022년 24.9조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3.8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12.2조원 대비 13.1% 증가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연이은 실적 감소에도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던 이유에는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 온 현금 곳간에 있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한한 현금성자산은 2019년 103조1381억원을 기록하면서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20년 121조원, 2021년 120조원, 2022년 114조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100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97조999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100조원 아래로 줄었다.
현금 창출력 줄어도…CAPEX 증가·효율화로 ‘미래 대비’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줄곧 하락세다. 2020년 25.4조원을 기록했던 FCF는 2021년 15.6조원, 2022년 9.2조원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7조9711억원에 달했던 FCF는 이번 2분기 마이너스 16조4535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FCF는 조정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를 뺀 값으로 계산하며, FCF가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삼성전자의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것은 줄어든 실적에 비해 월등한 투자 규모 때문이다. 여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0년 65.3조원, 2021년 65.1조원, 2022년 62.2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CAPEX 규모는 2020년 38조4969억원, 2021년 48조2222억원, 2022년 53조115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CAPEX는 25조259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20조2519억원) 대비 24.7% 증가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올해 CAPEX 효율화에 나섰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낸드플래시 위주로 감산 폭을 늘리기로 했으며, 최근 AI용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HBM의 경우 증설 투자를 통해 내년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경기 평택의 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와 충남 천안의 패키징 라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대해 투자할 방침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현재) 삼성전자가 영업 적자 상황에도 CAPEX를 쉽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업황이 언젠가 회복될 것을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HBM 등 반도체 첨단 장비에 대한 CAPEX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고덕 사업장 (사진=평택시, 연합뉴스)
본체는 작다고?...자회사에서 차입금·배당금 확충
삼성전자는 부족한 투자금을 메우기 위해 자회사 자금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애초에 본사가 보유한 자금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연결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00조원대를 맴돌고 있지만, 별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2조원에 불과하다.
이에 국내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는 자회사와 해외법인 등에 흩어져 있는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현금을 모으고 있다.
우선 지난 2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2년간 실적 호조로 3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에도 QD OLED TV 출하량 확대 및 패널 가격 회복세 등으로 실적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임의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조건 하에 2025년 8월까지 20조원의 차입금을 일시 상환하기로 했다. 올해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자금 상황이 넉넉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 전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B 토마토>와 통화에서 “상반기 투자를 집행한 부분들은 국내 투자를 위한 것이 맞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20조원 차입금은 이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캐시 플로우가 생기면 (조기 상환을)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의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배당액도 21조8457억원으로 확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배당액이 1378억원인 것에 비하면 150배 이상 증가한 수다. 이를 합하면 삼성전자가 자회사와 해외 법인으로부터 들여온 금액이 40조원을 넘긴 셈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주식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ASML의 경우 보유 지분의 절반이 조금 넘는 354만7715주를 약 3조원에 매각했다. 이외에도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주식 238만주를 약 1152억원에 처분했다.
정민규 연구원은 “HBM 반도체 같은 경우 경쟁사에 비해 대응이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 있었지만, 2024년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인 HBM3E 개발을 마무리하면 고객사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결국 내년 상반기부터 실적에 따른 재무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반도체 업황이 얼마나 빨리 올라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