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배덕훈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무속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보도한 본지 기자 4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키로 했습니다. 지난 2월3일 대통령실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한 지 209일 만입니다. 고발인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임을 고려할 때 경찰의 무혐의 처분은 애시당초 기대키 어려웠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만나 설득 끝에 그의 실명 인터뷰로 천공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22년 3월 대통령실(기존 청와대) 용산 이전이 결정된 직후 민간인 신분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로 언급되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둘러봤다는 게 부 전 대변인의 주장입니다. 본지는 이미 한 달 전쯤 해당 의혹을 인지했고, 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천공과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 대통령실 경호처 등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부 전 대변인 주장과 비슷한 익명의 증언들도 이어졌습니다.
해당 의혹은 김종대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유튜브와 라디오 방송에서 먼저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국방부 고위관계자'라고만 출처를 밝혔을 뿐, 부 전 대변인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즉각 김 전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고발했습니다. 이에 본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해당 의혹 확인에 나섰지만, 실명 증언을 듣기까지 어려움들이 뒤따랐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4월1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행사에서 있었던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과의 대화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남 전 총장이 “3월 천공과 김용현 경호처장 등이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보고를 공관관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한 게 핵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인연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의혹은 제2의 국정농단으로도 비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이를 자신이 매일 쓰고 있던 일기에 남겼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해당 일기를 토대로 책 <권력과 안보>를 저술했으며, 천공 관련 대목도 담았습니다. 일기는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됐으며, 이후 수정된 바 없어 대통령실 등이 주장하는 악의적 의도나 왜곡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부 전 대변인은 남 전 총장을 비롯해 당시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게 해당 의혹을 재확인, 사실이었음을 확신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로 치부, 부 전 대변인과 본지 기자 3명 그리고 부 전 대변인의 책 내용을 출판 이전에 언급한 한국일보 기자 등 모두 5명을 고발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현직 기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첫 고발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가짜뉴스추방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서 본지 기자 1명을 추가 고발하면서, 본지는 기자 4명이 고발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해당 단체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발족한 곳으로, 윤석열정부에 매우 우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연석·배덕훈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