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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미디어 비평) 일본 핵 오염수 보도에서 빠진 것
입력 : 2023-09-04 오전 6:00:00
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년전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예고했을 때부터 주변국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증까지 받아낸 일본 정부는 ‘가장 값싸게 핵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인 해양 방류를 강행했다.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해 우리나라 공영방송 뿐 아니라 미국 CNN,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이 반나절 동안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과연 핵 오염수를 이렇게 바다에 버려도 괜찮은 걸까? 가까이서 바다를 같이 쓰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피해나 영향이 없는 걸까? 늘 그렇듯,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다시 언론에 답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둘로 나뉘었다.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이름의 다핵종제거장치로 ‘정화 처리’한 뒤 방류하는 것이어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정화 처리를 해도 방사능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이 하고 있는 알프스 정화 처리가 부실해 반감기가 긴 수십가지 방사능 물질이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이 있다. 이럴 경우 방사능에 오염된 해산물이 결국 인간의 식탁에 올라 인류에게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불안과 우려가 크다. ‘바다 우물에 독극물을 버리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골치 아픈 핵 쓰레기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은 일본 정부는 결국 방류를 감행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반대했고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방류 결정이 나자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앞 바닷물이 해류를 타고 도달하는 태평양에 있는 여러 해양 도서국들도 반대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달랐다. 일본 정부처럼, 아니 일본 정부보다 더 열심히 핵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예산을 써가며 홍보까지 했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들도 한국 정부의 이런 주장을 열심히 받아썼다. 여러 과학자와 환경단체가 해양 방류의 막대한 피해를 주장하며 반대하자 이를 ‘괴담’ ‘선동’이라고 몰아세웠다. 어떤 언론사는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오염수 방류의 영향은 제로’이며 ‘괴담과 선동을 자제하라’고 설파했다. 
 
어느 쪽이 맞는가? 앞으로 ‘무려’ 30년 동안 바다에 버려지는 ‘무려’ 300여만톤의 핵 오염수는 정말 해양 생태계와 수산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가?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지만 국민들은 불안과 걱정으로 기울어져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이상이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때문에 불안하다’고 답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먹거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핵 오염수가 이토록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버려진 전례가 없어 과학자들도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르겠다는데 국민들이 어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론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말만 받아쓰기식으로 보도해서는 안된다.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 던질 질문과 찾아야 할 답이 아직 많다. 일본의 오염수 처리는 정말 믿을 수 있는가? 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독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처럼 안전하다고만 말하는가? 국민들의 건강과 생계가 걸린 문제에 왜 국정의 무한책임자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는가? 2년 전 핵 오염수 해양 방류에 적극 반대했던 정치인들과 언론은 왜 지금 찬성으로 돌아섰는가?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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