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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고리
입력 : 2023-09-01 오후 5:33:46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가 방송 송출 중단(블랙아웃)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케이블TV사들과 송출수수료 협상을 해온 홈쇼핑사들이 최근 협상 기간이 종료되면서 송출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방송을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중단 통보 시점인 10월 전에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말 그대로 케이블TV에서 홈쇼핑 채널이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홈쇼핑도, 케이블TV도 방송사업자이기에 모두 TV화면이 블랙이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케이블TV,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SO)에 내는 채널 사용료입니다. A홈쇼핑이 B라는 케이블TV에서 3번 채널에 방송을 내면, 3번에 대한 자릿세를 내는 것이죠.
 
이 송출수수료는 매년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가 개별적으로 협상을 통해 정하는데, 기업 간 계약인 탓에 표준화된 기준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양 사가 서로 '더 내라, 못 낸다'하며 싸우는 것인데요.
 
양측의 입장은 모두 이해가 갑니다. 홈쇼핑사 입장에서는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송출수수료가 부담스러운 것이고, 케이블TV는 홈쇼핑에서 받는 송출수수료가 큰 재원인 만큼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케이블TV는 유료방송 가입자들의 이용료와 송출수수료가 재원인데 ,IPTV에 시장 점유율을 많이 뺏긴 상황에서 이용료를 더 올리기는 어렵고, 결국 송출수수료를 더 올리거나 동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나 홈쇼핑과 케이블TV업계 모두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양측은 더욱 민감하게 이 사안을 놓고 싸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케이블TV가 돈을 벌지 못하면 이 또한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료방송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PP에게 콘텐츠 사용 대가를 제공하는데, 재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콘텐츠 대가를 줄일 수 밖에 없고, PP들도 콘텐츠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제작 여건이 안좋아지니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지겠죠. 그리고 제대로된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것은 시청자(이용자)입니다.
 
PP, SO 간의 갈등은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중재안이 얼마나 역할을 할 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OTT, 유튜브 등 이용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에서 방송 콘텐츠의 품질마저 낮아진다면 이용자는 더 멀어지겠죠. 사업자 간 갈등이 시청자를 더 멀어지게 하지 않도록, 콘텐츠 품질 저하라는 악순환이 되지 않도록 당사자 간 현명한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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