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포털에서의 누리꾼 소통 공간인 뉴스 댓글과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악플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댓글 정책을 연이어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이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6월 8일 다음은 ‘타임톡’이라는 새로운 댓글 정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타임톡’은 포털에 뉴스가 게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동안만 실시간 채팅방 형태로 댓글을 작성할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입니다.
한 달여쯤 뒤인 7월 14일 네이버도 ‘클린봇 옵서버’라는 새로운 댓글 정책을 내놓습니다. ‘클린봇 옵서버’는 악플 활동이 증가하는 기사를 탐지해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알리는 시스템입니다. 통지받은 언론사는 ‘댓글 운영 중단’ 같은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악플로 인한 포털 뉴스 공간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습니다. 이를 본 이용자들도 대체로 긍정 평가를 내립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미디어 이슈 ‘인터넷 포털의 뉴스 댓글 공간 정화 정책들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타임톡’ 서비스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9.6%에 달합니다. 반대 의견은 16.7%였습니다. 또 ‘타임톡’과 유사한 방식을 다른 포털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입장에는 응답자의 38.4%가 찬성을, 22.8%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네이버 ‘클린봇 옵서버’ 서비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클린봇 옵서버’가 악플 대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거라 보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8.4%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타임톡’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정반대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임톡’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물은 결과 ‘만족하지 못한다’는 60.7%로 나타났습니다. ‘만족한다’는 39.3%입니다.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정화하려는 포털의 새로운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양대 포털은 과거부터 뉴스 댓글 서비스를 꾸준히 개편하는 등 악플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 왔습니다. 2019~2020년 단행된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는 포털의 가장 강력한 악플 대응책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포털의 이러한 고군분투에도 제도권의 움직임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습니다.
언론재단이 ‘포털 뉴스 댓글 공간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응답자 중 57.4%가 ‘댓글 공간은 원래 취지와 달리 비방·욕설 등을 배설하는 공간이 돼버렸다”고 답합니다. ‘댓글 공간의 역기능·부작용은 있지만 소통 공간·공론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42.6%에 불과합니다. 포털 뉴스 댓글 공간이 ‘변질됐다’는 이용자들의 인식은 악화하고 있는 온라인 소통 공간의 상황을 방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포털의 입장에서 보면 뉴스는 다른 여타 서비스와 비교해서 돈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목적 중 하나인 이윤 추구와 거리가 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뉴스를 서비스함으로써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포털이 실질적으로 돈이 안 되는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악플 등을 해소하기 위한 포털의 자정 노력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도권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댓글을 통한 여론 형성의 부정적인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강경책이 다시 한 번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예, 스포츠 뉴스에서 댓글이 사라진 것처럼 시사 뉴스에서도 댓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베플(베스트 댓글)이 되기 위해 건전한 ‘드립’이 난무한 온라인 소통의 장으로서의 포털 뉴스 댓글을 떠올리며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이길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