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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길들이기 나선 정부
입력 : 2023-09-05 오후 8:04:52
고용노동부를 출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에 고용부를 출입하던 선배들로부터 '현 장관은 노총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습니다. 
 
노총 출신 인물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하다니, 막연하게나마 '이번 정부는 노동문화 개선에 진심이구나, 노동자를 위해주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저의 생각은 착각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정작 피부에 와닿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노동조합 탄압입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강조했습니다.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니 그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를 나라가 알아야겠다는 겁니다.
 
이론만 봤을 땐 수긍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회계 장부 비치 여부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현장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노조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밖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근로자종합복지관에 대한 조사도 다소 뜬금없이 이뤄졌습니다. 매년 하는 조사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매년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의 조사는 미심쩍기만 합니다. 부득이하게 근로자종합복지관을 노조 사무실로 써야 하는 곳도 있었는데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 양대노총이 수차례 정부에 공식적인 대화를 요청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천민이 아닙니다. 범죄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노동자의 한 사람 입장에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부는 이달 중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부디 노동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제도가 나오길 바랍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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