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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장군 홍범도’의 과거·현재·미래
입력 : 2023-09-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함경도와 강원도 북부를 무대로 활약하며 무장 독립운동단체들이 거둔 최대 전공으로 꼽히는 청산리 대첩의 실질적 지휘관인 홍범도 장군. 하지만 한국사에서 사라졌던 영웅이기도 합니다. 무장 독립운동을 한 이들 가운데 당대의 영웅이던 그지만 정작 국내에선 오랜 기간 홍범도 장군을 가르치지 않았고, 미디어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레닌과 트로츠키가 이끄는 초기 소비에트 연방에 합류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홍범도 장군의 삶을 제대로 조명한 건 2019년이 되고나서입니다.
 
그 시작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연극팀의 내한 공연입니다. 고려극장은 1932년 고려인 예술인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창설한, 해외 동포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예술단이자 극장입니다. 고려극장은 2019 6월 고려극장 극작가인 태장춘의 원작을 개정 및 각색한 '날으는 홍범도장군'을 선보였습니다. 고려극장은 홍범도 장군과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홍범도 장군은 말년에 고려극장 수위로 근무했습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의 성과 비슷한 시기에 영화도 개봉했습니다. 2019년 가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입니다.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을 봉오동으로 유인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근현대사를 가르칠 때 언급하지 않았듯 미디어에서도 홍범도 장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걸 피해왔습니다. 드라마, 영화에서 모티브로 삼은 이들이 등장만 할 뿐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2018년 방송된 '미스터 선샤인'의 경우에도 주인공의 스승인 장 포수가 홍범도 장군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에서는 영화 마지막에 잠깐이긴 하지만 홍범도 장군이 등장합니다. 사실상 미디어에서 홍범도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건 처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봉오동 전투'는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고려극장 연극팀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봉오동 전투' 47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홍범도 장군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으로 특별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봉오동 전투 승전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제작한 4분짜리 '자랑스런 전승의 역사, 여천 홍범도 장군' 영상 내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은 독립군의 첫 승리인 봉오동 전투의 전개 과정과 그 의의, 승리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로 미디어도 본격적으로 홍범도 장군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홍범도 장군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청산리 독립전쟁 100주년 특집으로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을 조명했습니다. 설민석 강사는 방송을 통해 포수 생활을 하던 홍범도 장군이 어떻게 의병 활동을 하게 됐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KBS 2021 815일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특집 다큐–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는 영화 '대장 김창수'·'암살' 등에서 독립투사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조진웅을 앞세웠습니다. 특별기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를 방문한 조진웅은 파묘식, 유해 봉환식을 함께했습니다. 또한 장군의 이름이 명명된 거리, 장군이 마지막을 보낸 고려극장, 묘역 등을 돌아보며 장군의 발자취를 돌아봤습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1년 뒤 홍범도 장군이 78년 만의 귀환하게 된 과정을 자세하게 다뤘습니다.
 
과거 홍범도 장군은 미디어에서 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언급하지 않고 다루지 않던 홍범도 장군이 2019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미디어에 등장하고 이름이 언급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과 업적을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4년 만에 육사 교정에 설치된 흉상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홍범도 장군. 미디어가 홍범도 장군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크게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사진=쇼박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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