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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갑질, 남 일이 아닙니다
입력 : 2023-09-08 오후 6:27:56
'직장 내 갑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개 폭언, 성희롱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상사의 막말에 시달리거나 부당한 업무지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상사 때문에 억지로 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지시를 따라야 해 퇴사까지 고려하는 지인들을 보며 '직장 내 갑질'이 멀리 있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투운동' 이후 성적인 괴롭힘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타인을 함부로 만지거나 성적 수치심이 들도록 하겠나, 속단한 셈이죠.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역 금융기관 직장 내 갑질 실태조사를 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계약기간이 버젓이 남아있는 직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니 해당 직원을 하루종일 감시하도록 한 금융기관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임원도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는 최첨단 시대에 의식 수준은 한참 뒤쳐진 사람이 한 기관의 임원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장 내 갑질'이 벌어지는 곳은 비단 금융권뿐만 아닙니다. 상사는 아니지만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 스스로 세상을 떠난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겁니다.
 
'난 이렇게 해왔어'라는 이유로, 상사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또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의 폭언을 쏟아부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갑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한 선배가 '이제 말도 함부로 못하겠네'라며 푸념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말은 원래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겁니다.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직장 내 갑질로 일터를, 삶을 떠나는 이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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