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연세탈박 50주년 기념공연' 유창복 총연출 "새로운 도전 됐다"
입력 : 2023-09-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1973년 시작을 하게 된 '연세탈박'은 어느덧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연세탈박' 공연은 '탈반 20주년 동문 행사'에서 시작이 돼 '30년 맞이 '어제 탈꾼, 오늘 춤꾼 만나보세', '40주년 연세탈패! 뜨거운 40! 덩더쿵 탈춤을 추자' 등 매 10년마다 재학생과 동문이 함께 공연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10'연세탈박 50주년 기념 공연이 16일 오후330분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유창복 총연출은 "지난 해 재학생, 동문이 모여 내년에 50주년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나이에 하겠냐'60주년이 없을 것 같다면 마지막 일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 힘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기념 공연이 각별하다는 유 총연출은 20대부터 70대까지 50년을 아우르는 모두가 모여 춤을 추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각 시대별로 춤에 대한 생각, 태도, 시대적 맥락이 달랐다. 큰 틀에서 탈이지만 세부적인 부분이 다르더라. 하지만 이들이 모이면서 풍부해질 수 있었다. 그런 것이 탈춤 정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기념 공연은 1970년대부터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등 시대로 구분 지어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 총연출은 "70년대는 유신 시대로 학교에서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시기다. 서구식 소비 문화를 우리 문화로 바꿔 보려고 했던 시기다. 학교 밖에서는 노동자, 농민, 삶의 터전에서 그들의 삶의 배우고 힘을 내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80년대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던 시기다. 탈박 역시 시대 정신에 맞춰 행동하려고 춤을 췄다. 그리고 90년대 민주화가 되면서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 관계, 개인 인권 등 미시적 가치에 주목하고 정치적 메시지보단 춤 자체에 몰입했던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2000년대 이후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부하기 바쁘고 문화 활동이 우선이 아닌 시대다"고 밝혔습니다.
 
유 총연출은 이런 시대 상 속에서 10년 전 연세탈반이 없어진 것이 속상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이런 안타까움에 선배들이 춤패 ''을 학교 밖에서 만들어 10년째 추고 있다. 이번 기념 공연 역시 ''이 중심이 돼서 20대부터 70대까지 한바탕 잔치를 벌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 총연출은 '연세 탈반'이 없어졌음에도 10년 만에 다시 공연이 열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춤에 대한 진심'을 꼽았습니다. 그는 "각자 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다르다. 나이가 많은 분은 70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출을 하면서 '당시에 진심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춤에 진심이 아니고서는 50년이 지나 구부러지지 않은 관절을 끌고 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춤이 몸에 배어 있는 거다. 장단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다. 이 두 가지 이유가 50, 반백년 세월을 뛰어 넘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기념 공연은 '연세 탈반'만의 아니라 서강대학교 춤패 '마구잽이'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유 총연출은 "처음 50주년 기념 공연을 이야기할 때 대학 탈패 연합이 공연을 하자고 했다. 올해 탈춤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했기 때문에 기회가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하려고 하다 보니 준비가 안 됐다. 그래서 올해는 연세대가 중심으로 하고 가급적 준비된 한, 두 군데가 함께 하고 내년 이후 연합 공연을 하는 디딤돌이 되자고 했다. 서강대학교 춤패가 달려와줘서 연대만이 아닌 연합 공연의 초보적인 형태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월의 야속함을 드러내기도 한 유 총연출은 "출연진의 주력이 50대 이상이다. 초반도 얼마 안 된다. 대다수가 50대 중후반이고 60, 70대도 있다. 10년 후면 그들이 과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탈반이 없어져 후배들이 끊겼다 보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습니다. 그는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끼리 탈패가 아니라 함께 연합해서 탈춤 정신을 이어가면 60주년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습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유 총연출은 이번 50주년 기념 공연이 새로운 도전이 됐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40주년 때는 야외에서 했는데 비가 왔다. 요즘 기후 위기 상황에 어떻게 될 줄 모르고 나이가 드신 분들이 오시기도 해서 아쉽지만 실내 대강당으로 오게 됐다. 실내에서 하다 보니 영상, 조명, 음향으로 커버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무대 기술 지원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고 밝혔습니다.
 
유 총연출은 "무대를 바꾸면서 새로운 도전이 됐다. 전통적인 시스템과 서양식 무대를 접목하게 된 것이다. 요즘 대중은 K팝 공연 무대에 눈이 높아졌다. 이런 공연 무대에 맞춰서 능동적인 실험의 하나가 이번 기념 공연이 된 것 같다"고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끝으로 유 총연출은 "우리 춤은 한국 사람이라면 직접 배우거나 하지 않더라도 장단만 들리면 들썩인다. 몸에 배어 있는 거다. 이날치가 고유의 가락을 가지고 세계 무대로 확장을 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르와 결합을 시도하면 전통 문화도 글로벌한 힘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옛날 것을 고수하기 보다는 현대 문화의 감수성을 수용해 확장되기를 바란다. 전문적인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시민도 할 수 있다면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런 시도들이 문화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연세탈박 50주년 기념 공연을 연출한 유창복 총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