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에 대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든 중국이, 이번엔 자국 업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자국산 반도체만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1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전자부품을 중국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DB하이텍(000990) 등이 지금 당장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어 기술 경쟁력을 갖춰 수출 다변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안전을 담보로하는 만큼 부품 하나를 교체 및 탑재하기 위해서는 안전 관련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 모든 부품 업체를 중국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기간에 불가능해 지금 당장 우리 기업들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단계적으로는 중국 내수 공급망 제재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어 완전자율주행차에 탑재될, 집적도 높은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ISA)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 '2020 반도체대전'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 전경. [사진=오세은]
자동차에는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과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탑재되는데 내연기관 차 한 대에는 200~300개 반도체가, 전기차에는 5배에 달하는 1000여개가 탑재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나, DB하이텍,
SK하이닉스(000660)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신시장이 분명한 만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은 자명합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달 5~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과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1H1’을 공개하고, 2027년에는 2나노 기반 공정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공지능(AI)과 더불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6월 유럽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 인증을 통과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DB하이텍은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2년 635억6300만달러(약 84조원)에서 2026년 962억3100만달러(약 127조원)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에게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부품에 대한 중국산 사용률 목표까지 세우라고 요구하면서 대대적인 중국산 반도체 전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미세화 공정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자동차에서 두뇌 역할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선점해 중국산 대체에 방어하고 유럽 등으로 수출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와 더불어 자동차를 신시장으로 꼽고 이 분야에서 비중을 넓히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세화 공정이 필요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키워 미국·일본·유럽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엑시노스 오토 V920.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