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통업계가 예년 대비 이른 정기 인사 단행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가장 먼저 신세계그룹이 그룹 양 축을 형성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모두 교체했고, 다른 대기업도 이와 비슷하게 인사 체계 전반에 걸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유통 업황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운 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만큼 유통가는 '경영 쇄신'에 방점을 찍은 대대적 인사를 통해 저하된 실적을 회복하고 다시금 시장 재도약도 노린다는 방침입니다.
가장 먼저 신세계그룹은 20일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먼저 신세계 대표이사로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박 신임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됩니다.
또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인 한채양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은 '원(One) 대표체제'로 전환돼 한채양 대표가 총괄합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의 약 40%가 교체됐습니다. 아울러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조직 운영 체계를 도입하고, 젊은 인재들을 중용·배치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강화하고, 새로운 성과 창출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대규모 인사 교체는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에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의 거취 여부가 주목됐던 상황이었는데요. 지난 2019년 컨설턴트 출신 외부 인사로 최초 이마트 수장에 오른 강 대표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예정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마트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29조3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68억원(2021년)에서 1357억원(2022년)으로 급감했습니다. 특히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무려 530억원에 달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사실상 강 대표가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롯데그룹도 이르면 예년보다 빠른 내달 정기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통상적으로 롯데그룹은 매년 11월 말에 그룹 전체 인사를 실시했고, 지난해의 경우 예외적으로 12월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재무 부담 가중, 신용 등급 하향 조정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확실한 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군별로 운영되는 헤드쿼터(HQ)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어, 다가오는 인사를 통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세계, 롯데 등 유통 공룡 기업들의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전통 유통 채널의 업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유통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이를 기존 업체들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경영 쇄신에 주안점을 둔 인사 단행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