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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상속소송 돌입…관건은 유언장 유무·제척기간
LG 경영권까지 위기?…기업 이미지 훼손 불가피
입력 : 2023-10-05 오후 5:50:09
 
 
[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상속 재산을 재분할해 달라며 구광모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 등 세 모녀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5일 오후 3시30분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구본무 유지 담은 메모…“보여줬다” 대 “못봤다”  
 
이날 첫 변론기일에서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습니다.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작성할 당시 주 실무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하 부문장은 별도의 유언장은 없으며, 유산을 구광모 회장에게 물려주라는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가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메모는 구 전 회장의 지시로 만들었으며 자필 서명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세 모녀는 이 메모를 ‘보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하 부문장은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메모는 협의서가 작성된 이후 2020년경 폐기돼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4년 지나 제기된 LG가 상속분쟁 
 
앞으로도 재판 쟁점은 세 모녀의 ‘유언장 인지 여부 시점’과 상속 소송의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될 전망입니다.
 
앞서 2018년 5월 별세한 고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가족들은 협의를 통해 2018년 11월 상속을 완료했습니다. 구 회장이 8.76%의 주식 지분을 물려받았고,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4년여가 지난 시점인 올해 2월 세 모녀는 재산 분할을 다시 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합니다.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구본무 회장의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속아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전원 의사에 따른 분할 협의서가 존재하고 작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으며 누구도 4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제척기간(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회복 청구소송은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재계, 지분 변동에 촉각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른 지분율 변화에 주목합니다. 동시에 구연경 대표의 남편이자,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런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윤관 대표의 소송 배후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입니다. 세 모녀의 지분율은 김 여사가 4.02%, 구연경 대표 2.92%, 구연수씨가 0.72%입니다.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지분율은 달라집니다.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의 비율입니다. 이대로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구 회장의 지분율은 9.7%로 줄어드는 반면 세 모녀의 지분율 합은 14.09%로 늘어납니다. 
 
다만, 재계에서는 세 모녀가 승소해도 경영권을 흔들 정도의 지분 변동이 아니며, 그 이유로 구광모 회장의 정통성과 우호 지분들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인화’의 LG, 이미지 훼손 불가피
 
이번 소송이 LG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1947년 창업한 LG는 75년 동안 경영권을 포함한 재산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룹 정신인 ‘인화’와 가풍인 ‘장자 승계’ 원칙을 가문 모두가 따르고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타 대기업이 승계 때마다 왕자의 난과 같은 경영권 및 재산 분쟁으로 일반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점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번 소송은 양측 주장이 첨예해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결과를 떠나 소송 그 자체로 그간 쌓아온 LG의 올곧은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입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유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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